[헤럴드경제=채상우 인턴기자]#1. 지방 4년제 사립대에 다니던 심모(25) 씨. 스포츠 경기가 있는 날이면 컴퓨터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스포츠 복권인 ‘스포츠토토’ 경기를 분석하고 베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있는 날엔 학교도 가지 않고 집안에서 경기분석을 해오다 급기야 이번 학기에는 휴학계를 낸 채 스포츠토토에 올인했다. 시작은 2008년이었다. 첫 베팅에서 1만원을 걸어 무려 27배의 수익금을 벌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익금에 심씨는 ‘스포츠토토’에 매료돼버렸다. 현재는 배당률이 크고 한 번에 100만원 이상 베팅할 수 있는 불법 사설 베팅업체를 이용하고 있다. 처음의 손맛과 막연한 기대감은 심씨를 중독증세로 이끌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 스포츠토토를 하고 있었기에 그리 심각한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2. 서울 시내 사립대 대학원에 재학중인 이모(26)씨. 그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엘리트 연구원이다. 그런 이씨도 과거에는 포커방과 하우스를 전전한 심각한 도박 중독자였다. 친구들의 소개로 포커방에 첫 발을 디뎠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하는 게임을 보러 간 것뿐이었다. 그러다 포커방 업주가 돈 10만원을 쥐어주며 재미 삼아 한 판 해보라고 권했다. 재미로 시작했던 포커판에 이씨는 중독되기 시작했다. “딴 돈은 전혀 없었다. 6개월 동안 빚만 700만원이 쌓였다. 그래도 그때는 재미있는 장난거리 정도로만 생각했다”고 이 씨는 도박중독에 걸렸을 당시를 떠올렸다.

최근 몇 년 사이 대학생 도박중독으로 인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스포츠토토’ 사례부터 ‘포커방’에 이르기까지 다변화된 중독 증세는 혈기왕성한 청춘들의 젊음마저 좀먹고 있다. 이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소소한 게임거리, 단순한 여흥거리로 시작한 것이 중독 증세를 초래했다는 점이다. 지난 4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는 사행산업 관련 통계 지표를 보고했다. 해당 지표를 살펴보면 대학생들의 도박중독 사례는 해마다 늘어났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지표의 2008 ~2011년 중독예방치유센터 연령대별 현황을 보면 20대의 비율이 2008년 10.5%에서 2011년 19.1%로 4년 사이약 9%가량 증가한 데 반해 30대는 2008년 35.7%에서 2011년 40.4%로 약 5%증가, 40대는 2008년 27.7%에서 2011년 16.4%로 약 9%정도 하락했다. 20대의 증가율이 현저하게 늘어난 것을 볼 수 있다. 대부분의 20대가 대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대학생 도박 중독률 또한 증가한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도박에 중독된 대학생의 수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지만 학교 측에선 이렇다 할 대책을내놓고 있지 않다. 도박은 “학교 밖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대학과 관련 짓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진행돼야할 ‘대학생 도박 예방ㆍ치유 프로그램’은 홍보는 물론 구체적 커리큘럼 등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지방 사립대에서 운영하는 ‘도박 예방ㆍ치유 프로그램’의 경우 학교 관계자들도 프로그램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

때문에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도박은 중독증세를 보이며 불행한 전철을 밟게 되기도 한다. 판돈을 위해 등록금을 날리고 사채 빚을 지다 결국 범죄나 자살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게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 같은 사례가 있었다. 지난 3월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편의점 3곳에 강도가 침입해 현금 110만원 상당을 갈취한 사건이 발생했다. 용의자는 대학 4학년생인 정모(25)씨. 정씨는 불법 인터넷 도박에 빠져 순식간에 1000만원을 잃었다. 정씨에게 편의점 강도의 덫이 씌워진 계기였다. 1000만원을 만회하기 위해 사채를 끌어다 쓴 것이 화근이었고, 빚 독촉을 견디다 못해 결국 강도행위까지 저지른 것이다. 상황은 심각했다. 범행을 저지른 직후에도 정씨는 집에 돌아와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 접속했을 정도였던 것.

도박중독은 그러나 결코 ‘헤어날 수 없는 늪’은 아니었다. 엘리트 연구원 이모 씨는 재미거리로 시작하다 중독 증세까지 보였지만, 결국 그 깊은 늪에서 헤어나게 됐다. 이 씨는 도박을 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으로 주변 환경의 변화를 꼽았다. “다시 학교로 복학 했을 때, 학교 친구들과 내가 너무 많이 떨어져 버렸다는 걸 깨달았다. 그들은 자신의 미래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었다. 도박을 소개해준 친구들과 완전히 관계를 끊었다. 아르바이트와 부모님의 도움으로 빚을 다 갚고, 모든걸 보상하자는 마음으로 악착같이 공부했다”는 것이었다.

이 씨의 경우처럼 도박 중독자들에게는 주변 환경의 변화가 치료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감위 관계자는 “도박 중독자들은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도박중독에 빠진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며 “주위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특히 “도박 중독자 주변 환경의 변화가 치료에 중요한 요인” 이라며 이를 위해 ‘난타’, ‘연극’ 등과 같은 대안활동과 16개 대학에서 ‘대학생 도박중독 예방 활동단’을 모집해 활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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