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 미군 헌병대가 시민들을 수갑을 채워 부대로 끌고 간 사건과 관련, 출동 경찰이 현장에서 시민들을 바로 인계받지 않고 먼저 미 헌병대에 이동할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국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시민의 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데 적극 나서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8시 39분께 112신고를 받고 송탄파출소 직원 4명이 현장에 출동했다. 당시 현장에는 수갑을 찬 시민 3명이 미 헌병 7명에 의해 연행하려던 상태였고, 30여명의 시민들이 이에 항의하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이에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미군 통역관에게 자리를 옮겨서 풀어줄 것을 요청, 부대 앞 로데오거리에서 부대 정문 앞까지 150m를 이동한 뒤 수갑을 풀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고, 수갑을 차고 있던 이들을 풀어주면 불상사가 일어날 것을 우려해 자리를 이동하자고 현장 경찰이 제안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행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은 미군 헌병이 안전에 위해를 느끼는 등 위급 상황에서 한국 민간인을 연행할 수 있지만 한국 경찰관이 오면 즉시 인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미군이나 군속, 그들의 가족의 경우 미군이 인신의 자유를 구속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이미 신고를 받을 당시 한국인들이 연루됐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찰이 수갑을 찬 시민들을 바로 인계받지 못한 부분에 대해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현재 경찰은 미군 헌병에 대한 형법상 체포죄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수갑을 채울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는지, 미군이 영외 지역까지 단속할 권한이 있는지 등에 대한 규명 작업을 마친 뒤 처리 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미7공군사령관은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주한미군의 영외 순찰 권한과 영외 순찰 과정 전반에 걸쳐 규정에 어긋나는 부분은 없는지 등을 재검토하겠다”며 사과했다

이번 사건고 관련해 김기용 경찰청장도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현장 경찰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현장 상황을 파악해보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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