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괜찮은 유사요법 SM’(Meme pas mal: le SM homeopathique)

파리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 사라 로?(Sarah Roshem)은 밀랍으로 고문도구를 만든다. 식충거미와 흡사한 가짜 음부, 못이 비죽비죽 박힌 음경, 바늘 공 혹은 곤봉 형태의 인공음경 등이다. 그녀는 위협적인 형태의 이들 작품에 ‘SR 라보(Labo)’란 이름을 붙인다.

동시대인이 겪는 불안을 연구하는 공공건강 가상연구소를 연상시킨다. 사라는 “우리가 내세우는 구호는 ‘SR 라보가 당신을 돌봅니다’이다. 사람들이 더 잘 지내도록, 더 편안함을 느끼도록 도와주고 돌보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라고 말한다.

고문도구가 사람들을 치유할 수 있다고? 사라는 “당연하다”며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토처테라피(고문을 통한 치유) 실습을 받아보라고 제안한다. 토처테라피의 마지막 실습이 지난 1월 14일 파리에 소재한 트리스탄 반 데어 스테겐 갤러리에서 열렸다.

실습 제목은 역설적이게도 ‘당신은 더 이상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겁니다’였다. 실습은 철저히 개인적이며, 진료 차원에서도 비밀을 보장받는다. 진행은 퍼포먼스를 하는 동안 예술학을 전공한 다비드 나폴리(David Napoli) 박사가 청중 중에서 한 사람을 고른다.

그런 다음 그와 더불어 내밀한 토론을 벌인 후 적절한 고문도구를 그에게 지정해준다. SR 라보는 텐트 아래서 그를 치료하는 역할을 맡는다. 처방은 시(詩)와 정신분석을 토대로 이뤄진다. 나폴리 박사 입장에서는 적절한 고문도구를 선택하기 위해 대화 상대자의 감수성을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습 대상자는 텐트 속으로 들어간 후 선택된 7개 조형물 중 하나를 이용해 SR 라보와 더불어 개별 치료를 받는다. 에로틱하기는 하지만, 단지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상상력을 더 잘 작동시키기 위해 눈에는 덮개가 씌워진다. 실습이 이루어지는 동안 SR 라보는 목에 거는 밧줄, 수갑 등의 도구를 자신의 몸에 직접 걸쳐보라고 참가자에게 권유하거나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할을 상상해보라고 주문한다.

사라 로?은 “애초 나의 의도는 관객으로 하여금 밀랍으로 만든 물건을 촉각을 통해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었다. 눈을 가리는 이유는 그들이 느끼는 감동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눈을 가린 상태에서 관객은 손가락 끝으로만 이 도구를 느낄 수 있다. 그들에게는 도구를 알아낼 시간이 주어진다.

그런 다음 나는 실습 대상자에게 각 도구를 손에 쥐고 사용해보라고 권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몇몇 상황에서 그 도구를 사용하고 있는 타인 모습을 상상해보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나의 역할은 장갑을 착용한 손과 조용한 목소리를 통해 그를 도와주는 데 그친다.

그것은 민감하고도 촉각을 요구하는 동시에 육감적인 체험이다. 위험한 영역이나 성적 환상과 관련된 체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습 대상자가 텐트로부터 나왔을 때 그는 사라도, 사라가 제시했던 물품도 볼 수 없다. 그러나 사라는 그가 변했기를, 그것도 기분 좋게 변화했기를 바란다.

고문에 대한 감각적 경험과 그것의 짝인 쾌락을 연결한 이런 장치는 예술에서 그다지 새롭지 않다. 사도마조히즘(SM) 분야의 인터랙티브 퍼포먼스(디지털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대표적인 사례로, 흔히 디지털 퍼포먼스ㆍ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용어와 함께 쓰인다-역주)를 전문으로 하는 예술가 중 가장 유명한 사람은 베를린의 안무가 펠릭스 루케르트(Felix Ruckert)다.

그는 눈에 붕대를 감고 안드레아 성인의 십자가 위에 매달리거나 ‘남녀 무희’가 자신을 핥고, 할퀴며, 채찍질하도록 하게 관객에게 주문한다. 관객은 초심자나 고수 등급 중 자신에 맞는 레벨을 선택할 수 있다. 당신이 느끼게 될 감정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는가와 당신의 체험에 따라 달라진다.

고통에 대한 시뮬레이션 게임이자 ‘유사요법 픽션’에 대해 SR 라보는 안젤라 시리구(Angela Sirigu)의 작업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독창적인 방식이라 소개한다. 안젤라 시리구는 고스트(유령) 사지(四肢)에 대한 연구로 아주 유명한 의사다.

2004년 1월 7일 안젤라 시리구를 다룬 르몽드 지 기사를 읽으면서 사라의 머릿속은 번뜩였다. 기사 제목은 ‘단순한 착시현상이 고통을 경감시켜줄 수 있다’였다. 안젤라 시리구는 사지를 절단 당한 사람들이 잃어버린 몸에 대해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해주는 새 방법을 막 개발한 터였다.

그녀는 환자들에게 절단되지 않은 상태의 그들 몸을 담은 영상을 보여준다. 환자가 움직이면 이미지 역시 움직인다. 잘려 나간 사지를 흔들 때 그들은 자신의 팔 전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본다. 이러한 방식은 환자가 고통을 신속히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사라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시리구의 작업과 내 작업 속에는 고통을 치유하는 장치를 실험하려는 생각이 들어있습니다. 시리구의 것이 시각적이라면, 내 것은 촉각과 관련을 맺고 있어요. 하지만 둘 다 동일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하나의 이미지, 밀랍 혹은 3D 같은 하나의 대용물이 치유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이 그겁니다. 이미지가 동일시되고 시나리오가 다시 체험되기만 한다면 의식과 육체는 힘을 합쳐 정당성을 입증합니다.” 에로틱한 작은 연극, 상상계 속의 투영, 사도마조히즘적인 역할놀이가 동일한 기능을 보유하고 있을까.

왜 인간이란 존재는 꿈꾸기를 방해받을 때 죽음을 선택할까. SR 라보의 작업은 백신과도 같은 성적 환상, 행복에 이르는 길과도 같은 착시에 대해 열정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SR 라보의 토처테라피 도구는 야만인의 성물(聖物)과도 같이 2010년 2월 4일까지 트리스탄 반 데어 스테겐(Tristan Van der Stegen) 갤러리에서 전시됐다. 화랑 주소는 파리 제10구 포부르 생마르탱(faubourg St Martin) 거리 41이다.

(이미지는 안무가 펠릭스 루게르트의 공연)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