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빈번한 고배였을까, 우직한 뚝심이었을까.
굵직한 인수합병(M&A) 경쟁에서 번번이 보수적인 승부를 고집해 대형 매물을 놓치곤 했던 롯데가 하이마트란 대어를 잡았다. 남은 협상 과정을 마무리 지어야 할 과제가 남긴 했지만 업계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지난달 MBK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며 한 발 앞서가던 때만 해도 롯데가 ‘합리적 M&A’란 원칙의 늪에 빠져 호재를 놓쳤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이어 신동빈 롯데 회장이 전사적인 비상경영 체제를 선포하며 곳간 단속에 나서자 M&A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신 회장은 지난달 28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지난 몇 년간 롯데가 국내외 M&A를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지금처럼 불확실한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며 내실경영을 강조했다. 웅진코웨이 본입찰을 하루 앞두고 나온 말에 일각에서는 더 이상 M&A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웅진코웨이 인수전 참가는 물론 하이마트를 밤샘 협상끝에 품에 안으며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입증했다.
신 회장의 승부에는 ‘과감한 베팅’이나 ‘깜짝카드’ 등의 수식어가 없다. 아무리 탐나는 매물이라도 기업의 성장 가능성, 그룹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냉정하리만치 정확한 금액을 써낸다. 2007년 하이마트 인수전 당시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내긴 했지만, 당시 GS리테일 등도 상당한 금액을 베팅하며 치열한 경쟁을 펼쳤던 것을 감안하면 무리한 승부라 보긴 힘들다.
보수적인 선을 고집하기 때문에 대형 매물을 놓친 것도 여러번이다. 오비맥주, 대우인터내셔널, 대한통운 등의 M&A 장에서 고배를 마시거나 막판에 베팅을 포기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합리적 M&A’를 강조하다 기회를 잃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 회장이 노무라 증권에서 근무하며 재무를 꿰뚫어보는 눈을 가진 것이, 오히려 계산기를 지나치게 신중하게 두드리게 한다는 해석도 있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하이마트에 대한 뒤집기 승부로 ‘합리적 M&A’의 힘을 보여줬다. 지난 4일 롯데가 하이마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단 소식이 전해지자, 하이마트는 물론 유진기업과 롯데의 주가까지 오르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보통 인수기업은 ‘승자의 저주’ 등의 속설에 휘말리며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지기 마련. 롯데가 이례적인 주가 상승을 기록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신동빈식 M&A’에 대한 시장의 믿음을 보여준 것이라 평했다.
롯데의 M&A는 치밀한 융화과정을 거쳐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인도네시아 내 대형마트 마크로는 롯데마트로 변신해 현지에서 상품한류를 일으키고 있고, GS에서 인수한 현 롯데백화점 평촌점은 지난 3월 리뉴얼 개장한 이후 백화점의 주력 점포로 거듭나고 있다. 하이마트 인수 확정, 시너지 효과 창출 등 남은 과제를 신 회장의 ‘합리성 DNA’가 어떻게 풀어갈지 시장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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