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업체 공정과정서 ‘갑’의 위치 법원 솜방망이 처벌에 악순환만
세계시장 규모가 최대 90조원에 달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을 도난당한 삼성과 LG가 냉가슴을 앓고 있다. 산업의 특성상 장비업체와 협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법원의 솜망방이 처벌과 소극적인 손해배상액 산정으로 악몽의 재연이 불가피할 것이란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28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전날 검찰이 적발한 발광다이오드(OLED) 산업스파이 사건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기술유출을 시스템상으로 완전히 막는 것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첨단기술의 특성상 장비업체들과 긴밀하게 비밀을 공유하면서 개발을 진행하기 때문에 리스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문제를 일으킨 O사는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에 대한 세계시장 점유율 1위(77%)의 검사장비 납품업체로 검찰에 따르면 변호인을 통해 “우리가 철수하면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산업은 망한다”고 밝혔다.
검사장비 업체의 비윤리성에 치가 떨리지만 완벽한 대비책은 요원한 상황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장비업체들이 기업윤리와 동업자정신으로 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회사들도 많다”며 “유출업체가 납품한 검사장비를 다른 제품으로 대체할 수 있는지 실무부서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느슨한 처벌도 문제다. 과거 기술유출 사범에 대한 처벌은 징역 1~2년, 또는 집행유예에 불과했다. 기술유출을 다루는 전담재판부 하나 없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시장의 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중대범죄지만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해 재범이 잇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액 산정에 소극적인 법원의 판단도 불만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상대방이 얻은 이득액은 영업비밀이 가진 재산가치이고 재산가치는 상대방이 관련 제품을 만들 경우, 기술개발에 소요되는 감소분 상당으로 제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은 기술투자비뿐 아니라 경쟁사로 넘어갔을 때 얼마나 팔렸을지에 대한 자료, 시장가치 등을 요구하니 이를 특정하기 힘들다”며 “경쟁사의 수익률이 얼마인지를 알아내라고 하는 건 피해업체 입장에서 불가능한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류정일ㆍ홍승완 기자> /ryus@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