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중계 유형’에서 최근에는 ‘피싱 사이트 유형’과 ‘자녀납치 유형’으로 진화

-개인정보침해 심화로 피해 줄지않아…

[헤럴드경제=황유진 기자]직장인 A(33)씨는 얼마 전 한 통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동대문 경찰서의 김○○경위라고 신분을 밝힌 사람이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이 A씨의 이름으로 대포통장을 개설했으니 공범자인지 확인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

A씨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범죄에 가담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지만 상대방은 “그렇다면 개인정보가 도용된 거 같으니 다른 피해가 없는지 확인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금융감독원 사이트에 접속해 계좌번호와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요구했다.

A씨는 “내가 사는 동네까지 정확히 알고 있었고 안내받은 금융감독원 사이트까지 감쪽같아 깜빡 속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나중에 알고보니 정말 동대문 경찰서에는 김○○경위가 근무를 하고 있더라”며 치밀해진 보이스피싱 수법에 혀를 내둘렀다.

최근 딸 아이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의심없이 받은 주부 B(48)씨는 한 남성이 “딸을 데리고 있으니 3000만원을 입금하라”고 다짜고짜 말해 가슴이 철렁했다. B씨가 “딸은 학교 갔는데 정말 내 딸이 맞냐”며 의심을 품자 수화기 넘어로 여자의 울음소리와 함께 “엄마 살려줘. 빨리 입금해!”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B씨는 순간 이성을 잃었다. 당장은 3000만원이 없다고 하자 마이너스 통장을 바로 만들라며 그렇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이어졌다. 그는 “내 딸의 이름과 나이는 물론이고 학교와 전공까지도 알고있어 보이스피싱이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옆에 있던 남편을 시켜 딸에게 바로 확인전화를 안해봤으면 큰일 날뻔 했다”고 말했다.

A씨와 B씨가 겪은 보이스피싱은 요즘 기승을 부리는 대표적인 보이스피싱의 사례다.

경찰청 지능팀은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이 사용하는 소위 ‘시나리오’에도 유행이 있다”며 “카드론을 통한 ‘대출중계 유형’에서 최근에는 ‘피싱 사이트 유형’과 ‘자녀납치 유형’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보이스피싱 피해는 전년대비 2,789건(51.1%), 465억원(83.9%) 증가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가 줄지 않는 이유는 개인정보침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개인정보 침해 상담 및 신고건수는 2007년 2만6965건에서 2010년 5만4832건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주민등록번호 등 타인 정보의 훼손ㆍ침해ㆍ도용은 2009년 6303건에서 2010년 3만8414건으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 성인남녀의 주민번호와 이름은 거의 다 노출 돼 있다고 봐야한다”며 “개인정보침해가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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