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스 브라더스는 섹시할까?(Les Marx Brothers sont-ils sexy?)
그래피스트인 탐 오브 베이징(Tom de Pekin)은 음란한 자세의 막스 브라더스를 등장시킨 가짜 포르노 포스터를 한 팝업북에 게재했다. 유머가 섹스와 공존할 수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하포(Harpo), 그루초(Groucho), 치코(Chico), 제포(Zeppo)라는 4명의 인물로 구성된 막스 브라더스는 ‘웃음의 전설’로 통한다. 찰리 채플린, 버스터 키튼과 동급으로 취급되는 막스 브라더스는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코미디 영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재담꾼들로 꼽힌다.
그들은 연극, 영화, 라디오에서 30년 동안 인기를 끌면서 저명인사들과 조직사회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았다. 그루초의 속사포 말투, 치코의 어눌한 이탈리아어 억양과 피아노 연주 솜씨, 무성배우에 버금가는 하포의 제스처 등은 그들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냈다. 1930년대와 1940년대는 그들이 미국의 코미디 영화를 평정한 시기이기도 하다.
소문에 따르면 그루초가 어느 날 엘리트만이 들어갈 수 있는 클럽에 회원 신청을 했다고 한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자 그루초는 우편을 통해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와 같은 인물을 받아들이는 클럽에 가입하기를 거부합니다.” 그루초의 허무주의적 유머는 사보타주 원칙에 기초해 있다.
조직적으로 관습을 해체하고, 그럴듯한 외관을 한 남녀들이 실제로는 충동 덩어리이며 성적이고도 파괴적인 욕망에 휘둘린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유연한 피아노 연주, 뒤가 갈라진 야회복 분위기로 채워진 13개 영화를 통해 막스 브라더스는 테러리즘을 자신들의 상표로 만들었다.
막스 브라더스를 포르노 배우로 등장시킨 탐 오브 베이징의 책을 저널리스트인 뱅상 시몽은 뛰어난 솜씨로 해부한다. “막스 브라더스 영화에 등장하는 뒤죽박죽 형식의 뷔를레스크에 대해 작가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는 1932년에 ‘일종의 지적 자유의 훈련이며, 그를 통해 관습과 관례에 의해 억압된 인물들의 무의식이 스스로 복수하는 동시에 우리의 무의식에 대해 복수를 가하고 있다’고 글을 썼다.
무의식의 복수를 허용하는 자유, 다른 식으로 말해 무의식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게 해주며 때로는 그 욕망을 훼손시키는 자유가 희극의 가장 평범한 형태 속에 들어있다. 당시 뷔를레스크 영화에 아주 널리 사용되던 희극은 초현실주의자들이 지독히 탐내던 장르였다.”
탐 오브 베이징은 ‘초창기의 순진무구함’을 복원시키면서 가짜 영화 포스터들로 채워진 DVD 박스 형태의 책 속에서 자신만의 욕구를 해방시키고 있다. 책을 열면 하포, 그루초, 치코, 제포의 가면을 쓴 근육질 남성들이 케케묵은 포즈를 취하며 자신들 몸을 뽐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관례적인 게이 포르노의 자세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의 축제용 가면은 사정(射精)을 일삼는 이 갱뱅들을 유쾌한 난장판으로 만든다. 뱅상 시몽은 “가면 덕분에 사람들은 휴가를 얻은 모습입니다. 각자의 육체가 사회적 의무로부터 해방되었지요.
가면은 사회의 시선과 평가로부터 얼굴을 감추면서, 또 육체를 거리낌 없이 노출시키고 모든 방탕한 행위를 허용합니다”라고 설명했다.
탐 오브 베이징은 운동선수의 육체, 신고전주의적 아름다움을 지속적으로 그려냈다. 그가 그려내는 대상은 제복과 가면을 통해 익명적인 존재로 바뀐다. 해방된 육체는 더 이상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서 서로의 몸 안으로 들어간다. 자신들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로이 즐기는 것이다. ‘막스 브라더스, 호화스러운 소년들!’이라 명명된 이번 작품을 통해 탐 오브 베이징은 1920년대와 1930년의 무수한 뷔를레스크 희극들이 숨기고 있는 뜻을 밝혀낸다.
잠복적인 호모에로티즘과 변장 취향이 그것이다. 또한 우리는 막스 브라더스와 더불어 금기를 접하게 된다. 형제로 소개되지만 그들 사이에는 어떤 혈족관계도 없다. 아이인 동시에 청소년이었을 때 탐 오브 베이징은 극진한 우정을 느끼면서 ‘이 친구들과 사랑을 나누는 모습’을 달콤하게 상상했다. 막스 브라더스가 나란히 함께 있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그는 ‘좋은 친구들끼리의 모임’을 상상한다.
‘우스꽝스러운 착란이 게이들의 공동체적 성적 환상과 만나는 풍경’과 다름없다. 탐 오브 베이징의 시각에서 바라볼 때 슬랩스틱(slapstick?상스러운 유머와 불합리한 장면, 활기에 넘치면서도 주로 난폭한 행동을 그 특징으로 하는 형이하학적 희극 형태)은 퀴어 문화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그걸 확신하려면 채플린이 여성으로 분장한 영화 ‘마드무아젤 채플린’ 혹은 해리 랭던(Harry Langdon)이 가정주부로 변신한 영화 ‘더 체이서(The Chaser)’를 다시 감상해볼 필요가 있다.
탐 오즈 베이징의 ‘호화스러운 소년들!’ 전시회는 파리 제18구 피에르 레르미트(Pierre l`Ermite) 거리 3번지에 소재한 ‘리브레르 아소시에(Libraires Associes)’에서 15일까지 열렸다.
팝업북 ‘막스 브라더스, 호화스러운 소년들(Marx Bros : Gorgeous Boys!)’은 탐 오브 베이징이 ‘코코넛(Noix de coco)’, ‘풋볼 대소동(Plume de cheval)’, ‘경마장의 하루(Un jour aux courses)’, ‘몽키 비즈니스(Monkey business)’ 등 막스 브라더스가 출연한 13개 영화 제목을 게이 포르노 영화의 커버에 다시 옮겨 그린 작품이다. 시리즈는 총 15개 데생으로 구성돼 있는데, 막스 브라더스의 13개 영화 필모그래피에다 ‘가장 뛰어난 장면들’이란 두 개 그림이 추가돼 있다. 파리 제6구 지르쾨르(Git le Coeur) 10번지에 소재한 ‘르가르 모데른(Regard Moderne)’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미지는 막스 브라더스를 형상화한 작품)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