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서지혜 기자] ‘패션왕’이 사라진 동대문. 옛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을 한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이곳을 자주 찾는 외국인들은 더 좋은 동대문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판에 박힌 디자인은 동대문을 찾은 외국인들의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다.
대만에서 온 릴리안(26) 씨는 “모든 가게에서 똑같은 옷을 판다”고 말했다. 소매상가인 밀리오레, 굿모닝시티, 두타의 옷이 모두 ‘거기서 거기’라는 것. 도쿄에서 관광 온 미쿠리(25) 씨도 “가격은 싼데 명동에서 본 옷과 구두가 동대문에도 있다”며 “둘 다 쇼핑하는 곳이라 다음에 여행 올 때는 둘 중 한 곳만 와야 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판매하고 있는 옷과 구두의 디자인은 인근 쇼핑 상가에서도 판매하고 있었을 뿐 아니라, 명동, 대학로, 홍대, 신촌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물건을 받아 소매업을 하고 있는 내국인들도 같은 불만을 토로했다. 반포동에서 의류 소매업을 하는 문모(29) 씨는 “디자이너 숍이 있다고 하는데 다른 가게와 큰 차이를 모르겠다”며 “독창적인 디자인이 있어야 사람들이 동대문을 갈 이유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짝퉁 판매도 동대문의 디자인을 획일화시키는 데 한 몫을 한다. “짝퉁을 사러 왔다”는 일본인 요코(31) 씨는 “가격이 쌀 뿐 아니라 진짜와 완전 똑같다”며 “일부러 짝퉁을 사러 동대문에 오는 일본인도 많다”고 말했다. 일부 쇼핑 상가에서는 명품을 똑같이 베낀 가방 판매점을 쉽게 볼 수 있었고 “A급을 달라”고 하면 단속을 피하기 위해 손님을 따로 준비된 방에 데려가 A급 짝퉁을 보여주기도 했다. 새로운 디자인을 창출하기는커녕 명품 따라하기에 바쁜 상인들이 많았던 것이다.
동대문 쇼핑타운의 시설도 외국인 관광객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다. 일본인 다이키(61) 씨는 “건물 안에 화장실과 같은 편의시설이 부족한 것 같다”며 “긴 시간 쇼핑을 즐기는 공간인데 앉아서 쉴 곳도 없다”고 아쉬워 했다. 대만인 애쉴리(24) 씨도 “쇼핑을 하는 중간에 식사를 하고 싶은데 그런 배려가 없다”며 “관광객이 많으니까 그런 시설이 있으면 손님이 더 많이 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들쭉날쭉한 가격, 바가지 요금도 동대문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의 불만 중 하나다. 동대문 도매상가에서 물건을 사는 중국인 중간상인 장모(49) 씨는 “과거에 왔을 때 보다 가격이 비싸진 것 같은데 깎아 달라면 계속 깎아 준다”며 “외국인이라 일부러 가격을 비싸게 부른 건 아닌가 기분이 나빴다”고 말했다. 가족과 쇼핑을 즐기러 온 임 모(31) 씨도 “가격 정찰제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창수 두타 마케팅팀 차장은 “두타는 점차 디자이너를 육성하고 있다”며 “동대문에서만 볼 수 있는 독창적 디자인의 의류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