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고환(Les testicules élémentaires)

고환의 무게 때문에 그것을 기다란 부속기관으로 탈바꿈시킨 사람들이 있다. 고환은 기묘한 메트로놈 혹은 수동적인 보조 페니스처럼 매달려 있는데, 사람들은 이를 새로운 형태의 에로틱한 형상으로 만들어낸다.

파리에 거주하는 영화감독 카트린 코랭제(Catheriene Corringer)는 인체의 형태나 생리적 현상을 닮은 온갖 모습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디스 이즈 더 걸(This is the girl)’을 통해 한 여성이 마치 분수처럼 사정하는 장면을 찍었던 인물이다. 그녀가 촬영한 또 다른 고어 사도마조히즘 영화인 ‘인 비트윈(In Between)’은 골수 마조히스트의 육체를 천천히 그리고 무자비하게 절제하는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카트린 코랭제는 사정(射精)하는 여성들과 자신의 몸을 내맡긴 남성들 모습을 담길 좋아한다. 이를 테면 역할 뒤집기다. 그녀는 여성들에게서 권력을, 남성들에게서 허약함과 부서지기 쉬운 모습, 그리고 우아함을 끌어낸다. 그들은 마조히즘에 가까운 부드러움을 통해 자신들의 육체를 바친다.

카트린은 남성적인 것이 다른 방식으로 재창조된 세계, 따라서 발기한 페니스가 존재하지 않는 성의 세계를 드러내 보여주려는 것이다. 그녀에 따르면 가부장적 세계를 해체하는 것이 중요하다.

카트린 코랭제가 최근 제작한 단편영화인 ‘스무스(Smooth)’ 속에서 한 남자는 카메라를 향해 느릿느릿 동작을 취한다. 그러면서 이 남자는 자기만의 비정상적인 섹슈얼리티의 신비를 단계별로 보여준다.

일종의 고행자와 같은 방식이다. 주철 분동 모양의 무거운 쇠로 된 페니스 링을 착용한 후 오랜 기간 동안 금욕하면서 자기의 고환 형태를 변형시킨다. 그 결과 남자의 고환은 엉덩이까지 닿는다.

어떤 이득을 보려고 그랬을까 반문이 떠오른다.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등장인물은 고환과 생식기로 매듭을 만들기를 즐긴다. 문자 그대로 페니스를 고환에 연결시킬 수 있으며, 그런 작업을 통해 일종의 쾌감을 느낀다. 또 그는 마치 혼자서 사랑을 나누는 것처럼 고환을 항문 속에 집어넣는 것을 즐긴다.

마치 두 개의 페니스를 보유한 돌연변이체와도 같다. 하나의 페니스가 발기할 수 있는 반면 다른 하나는 그렇지 못하다. 또 하나의 페니스가 타인의 몸에 들어갈 수 있다면, 다른 하나는 자신의 몸속으로 들어간다.

놀랄 만한 모습이 또 있다. 남자는 펼쳐 늘일 수 있는 고환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풀어 오른 항문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아주 깊숙이 수음(手淫)하는 것이 가능하다. 손은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 마치 항문이 손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움직임 없이 옆으로 누운 채 마치 처녀처럼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자신의 몸속에 세상의 모든 불행을 담을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곳은 직장(直腸)이 끝나는 피난처이자 부드러운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즐겁게 그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어떤 의미에서 이 남자는 아주 여성적인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육체가 흡수하고 감싼다”라고 카트린이 강조한다. 항문을 손으로 애무하면서 사람들은 자궁을 연상시키는 세계 속으로 들어간다. 다시 말해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축축하고도, 끈적끈적한 세계, 곧 진정한 모태 속으로 들어가는 양상이다.

영어로 ‘스무스’는 ‘부드러움’을 의미한다. 카트린 코랭제는 남자의 부드러움을 영화에 담고자 했다. 이 단편영화는 그다지 흥분을 불러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이성들끼리 나누는 성관계를 거꾸로 뒤집어 표현해내려는 욕망을 보여준다. 관계를 갖는 도중 기묘한 자궁의 수축을 통해 바로 여성이 남성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은유적이다.

손에는 마치 정액과도 같은 백색의 윤활제를 바르고 있는데, 손가락들로 그는 남성적 육체의 여성적인 부분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 여성적인 부분은 안으로 잠겨 들어간다.

카트린은 “내 영화는 또 다른 세계지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 지도 위에서 육체는 내면화된 은유 그 자체를 보여주지요. 생식기도 필연적으로 쾌락과 관련을 맺고 있지 않습니다. 그건 전투주의를 보여주는 하나의 형태이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세계를 탐구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2009년 10월 25일 ‘스무스’는 베를린 포르노영화제에서 최우수 단편영화상을 수상했다. 독일에 가볼 수 없었던 사람들을 위해 파리에서 이 영화를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파리 게이 및 레즈비언 페스티벌의 한 행사로 ‘스무스’는 11월 17일 저녁, ‘프렌치 터치(French touch)’란 제목으로 단편영화를 상영하고 있는 포럼 데 이마주(Forum des Images) 100번관에서 선보였다.

글=아녜스 지아르(佛칼럼니스트), 번역=이상빈(문학박사ㆍ불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