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페이크 리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인 ‘음악의 신’을 통해 재기를 노리고 있는 가수 이상민이 최근 불거진 고영욱 사건을 마주하는 심경을 전했다.

이상민은 17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엠넷 ‘음악의 신’을 통해 스스럼없이 고영욱의 이름을 언급했다.

5회의 오프닝이다.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고영욱이 이상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자취를 감춰야하고 재기를 노리던 이상민까지 이번 사건의 충격파를 피해가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절규가 흘렀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패러디하며 이상민은 “영욱아, 미안해. 나도 어쩔 수가 없나봐. 정말 미치겠다. 5회 다시 찍어야 하잖아. 이 XX 안 걸리는 신이 없어”라면서 울분을 토한 것.

오랜만에 단독으로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재기를 노리던 이상민의 심경이 절절히 묻어나는 순간이었다.

고영욱은 ‘음악의 신’에서 이상민이 설립한다는 새 매니지먼트사의 이사로 초빙돼 신인 연예인 발굴과 육성을 돕는 역할을 하며 대본없이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의 적재적소에 뛰어들며 얼굴을 비쳤다. 이상민의 오프닝 멘트는 고영욱이 놓인 상황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하나의 블랙코미디로 재연한 것이나 진짜 속내는 채리나와의 만남에서 비쳐졌다.

이날 이상민은 신정환의 빈자리를 채웠던 룰라 멤버 채리나를 비롯한 지인들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의 대화에서는 자연스럽게 고영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복잡다단한 심경임은 분명하지만 마음은 같았다.

이상민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고영욱이 자신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면서 “영욱이는 애다. 뭐가 진실인지는 모르지만 우리는 식구니까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믿어줘야 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상민이 가장 안타까워했던 부분은 바로 “영욱이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와 통화를 하셨는데 ‘살기 싫다’고 하셨다고 한다”는 것으로, 이날의 술자리에서 이상민은 선뜻 꺼낼 수 없었던 고영욱 사건을 바라보는 심경을 진솔히 전했다.

채리나도 같은 마음이었다. 채리나는 “오빠들 기사를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면서 ”이젠 오빠들 이름이 나오는 기사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사태’로 치닫게 된 ‘고영욱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각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냉담해졌지만 가장 가까운 지인들의 대화에서는 고영욱과 자신들이 놓인 상황에 대한 절박한 심경이 결국 묻어나고 만 것이다.

‘음악의 신’이 이상민의 입을 통해 고영욱으로 비롯된 타격을 방송에 보낼 수 있었던 것은 페이크 리얼 다큐멘터리라는 프로그램의 속성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한때는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지금은 한없이 추락하고 만 이상민이 ‘왕년의 황금기’를 그리워하며 재기를 노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후배 가수들로부터 ‘퇴물 선배’ 취급을 받고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로부터 참가자 제의를 받을 지경에 이른 이상민의 현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마디로 한물 간 연예인이 과거에 빠져 몽상을 꾸는 듯하지만 그 안에서 빛나는 재기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는 프로그램이다. 그러니 잘되면 ‘재기의 성공’이며 안 된다 하더라도 ‘페이크 리얼 다큐’의 코미디는 남는 셈이다.

때문에 이 프로그램은 오프닝과 지인들의 술자리를 통해 ‘국민의 적’이 돼버린 고영욱을 거리낌없이 거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반상식 밖의 상황을 끌어들이며 “현실인지 허구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의 가상 리얼리티를 연출했던 탓이다.

한편, 고영욱은 현재 미성년자인 연예인 지망생 A양을 오피스텔로 유인해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로 경찰조사를 받고 있으며, 수사가 진행 중인 현재 ”미성년자일 때 성폭행을 당했다“는 두 명의 추가 피해자가 등장해 충격을 주고 있다. 고영욱에 대해 공중파 3사 가운데 MBC는 가장 먼저 출연금지 결정을 내렸다.

shee@heraldm.com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