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규제강화 여파…PF규모 전년比 3분의1 감소 자금조달 어려워 더 위축

철도 등 인프라확충 통한…세계 경기부양 기대감 상실

유럽과 미국발 재정위기 여파로 글로벌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올해 1분기 PF시장 규모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PF가 전 세계 경기를 부양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 금융권 규제 강화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철도ㆍ병원ㆍ공항ㆍ발전소 등에 대한 PF가 올 들어 급감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PF사업 규모는 646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재정위기 발생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일부 금융전문가들은 향후 글로벌 PF시장이 더욱 위축될 것으로 내다봤다. 폴 도노번 UBS 선임 글로벌 이코노미스트는 “PF시장은 자금조달 전쟁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다”면서 “전 세계 자본의 일부를 쟁탈하기 위한 전투가 벌어진 가운데, PF가 패배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이미 전통적인 PF사업 모델은 깨졌다고 지적했다. PF사업은 금융기관이 사회간접자본 등 특정사업의 사업성을 보고 저금리 자금을 장기대출로 지원하는 금융기법으로, 이 같은 전통방식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도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BNP파리바 에너지·인프라그룹의 피에르 니콜리 대표는 “PF사업의 전통적 방식은 깨졌다”면서 “새로운 사업방식으로 바꾸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 중인 PF사업 상당수가 자금 압박에 시달릴 수 있어, 사업이 보류되거나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PF시장의 큰손인 BNP파리바도 향후 5년간 유럽 내 PF사업에서 3000억유로가량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주 터키 정부가 가스공급업체 매각을 취소하는 등 해외 자금을 조달받기로 한 글로벌 PF사업이 좌초돼 타격을 입은 사례도 나오고 있다.

PF사업이 위축되는 이유는 금융권의 규제 강화 탓에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새로운 금융규제안인 바젤3가 은행들의 자본건전성을 강도 높게 요구하는 바람에 금융권이 PF시장에 투자할 여력이 크지 않은 실정이다. 재정난에 시달리는 유럽 금융권은 PF사업에 신규 대출을 해주기보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PF 관련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고 있다. FT는 경기 회복을 위한 주요 계획들이 금융 규제 강화로 위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도경 기자> /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