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법원 삼성전자·애플 양사 CEO에 ‘협상 명령’의미·전망
리스크 부담 최소화 공감대 막후 로열티 협상 진전 가능성
삼성전자와 애플은 지난 1년간 강도 높은 특허소송을 벌였지만 계속되는 원고 패소판결로 결국 소모전만 거듭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양측은 내부적으로 긴밀한 협상을 통해 합의에 도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추측이 제기됐다.
그럴 때마다 두 회사는 세계 각국으로 특허전을 넓혀가며 협상론을 부인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도 올 2월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에서 “모든 역량을 동원해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며 타협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이 양측의 최고경영자인 최지성 부회장과 팀 쿡 CEO가 직접 법원에 출두해 협상하도록 명령하면서 사실상 화해를 위한 최종적인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따르고 있다. 양측 역시 그동안 겉으론 특허 소송을 이어가면서도 패소에 따른 막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물밑 협상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심리에서도 로열티 정산 방식을 놓고 양측은 팽팽하게 맞붙었다. 로열티 협상이 타결되면 굳이 판매금지나 손해배상이 아니더라도 특허소송을 마무리지을 수 있는 실마리가 풀리는 것이다. 실제 양측은 특허침해 제소 전에 로열티 문제에 대해 수차례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두 회사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은 다른 나라 법원의 판결에도 영향을 줬다. 지난달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은 삼성전자가 통신기술 표준특허 침해를 이유로 애플 제품에 대해 주장한 판매금지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애플이 삼성전자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하지 않고 무단으로 해당 기술을 사용한 점을 인정해 로열티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삼성과 애플 변호인단에 따르면 양측이 이미 ‘협상 중’이라고 재판부가 인지해 내린 판결인 것으로 전해졌다.
비즈니스위크 등 외신들 또한 두 회사의 최고위급 경영진들이 협상을 위해 만나고 있다고 보도하는 등 법적 강공이 아닌 비즈니스상의 타협으로 특허소송을 갈무리한다는 데 무게를 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삼성전자에 극도로 공격적이었던 고(故) 스티브 잡스와 달리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팀 쿡의 성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잡스는 소송으로 최종 승기를 잡겠다는 고집을 꺾지 않았지만, 팀 쿡은 되레 소송을 ‘필요악’으로 본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또한 공방보다는 협상으로 실리를 챙기는 게 이득이라는 평가가 따르고 있다. 한 특허 전문가는 “글로벌 무대를 더 확장하려는 삼성 입장에선 로열티 협상으로 표준특허 가치를 인정받고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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