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ㆍ서상범기자] “투표하러 가는 길이 난감하죠. 경사로가 심하거나 진입방지턱이 있는 경우 가다가 진이 다 빠져요” (지체장애인 A씨)
“투표소에서도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안내문이 제대로 붙어있지 않는 등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당황한 경우가 한 두번이 아닙니다.”(시각장애인 B씨)
등록장애인 수 약 252만명(2010년말 기준), 국민 5%가 장애인이지만 이들의 참정권 행사의 벽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된 뒤 조금씩 사정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 및 배려 부족으로 투표권 행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4.11 총선도 마찬가지다.
뇌병변 1급 장애를 가진 박주영(33ㆍ여ㆍ성동구 행당동)씨는 “지지 후보는 결정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숨부터 쉬었다. 박씨는 “누굴 뽑을지는 둘째치고 투표소나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지난해 10ㆍ26 재보궐 선거 때를 떠올리면 정말 악몽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그는 투표하기까지 6시간이 걸렸다. 투표소가 2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엘리베이터가 없어 전동휠체어를 탄 박씨는 2층으로 올라갈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박씨는 6시간이 지나서야 선관위에서 1층에 마련한 임시투표소에서 투표를 할 수 있었다.
박씨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엘리베이터도 없는 고층 투표소는 투표를 하지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선거와 투표는 국민의 권리이자 축제인데 신체의 부자유로 권리를 제한받아야 한다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이번 4ㆍ11총선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2218개 투표소 중 1층이 아닌 곳에 투표소가 설치된 곳은 473개에 달했다. 전체의 21%다. 이 중 103곳은 승강기 조차 없었다. 또 51곳은 다른 출입구나 임시경사로 설치를 통해 출입이 가능했지만 나머지 52곳은 아예 장애인 접근이 불가능한 곳에 설치돼 있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1층이 아닌 투표소에는 장애인들을 위해 임시기표소를 만들었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투표소의 경우 지하주차장 통로를 이용하거나 지상에서 바로 2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서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서인환 한국장애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표면적으로 보면 장애인들을 충분히 배려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난 2010년 지방선거에선 경사로를 만든다고 널빤지를 계단에 설치한 위험천만한 일도 있었다. 차량지원을 해준다고 하지만 장애인들을 고려하지 않는 차량지원으로 투표소까지 가는 길도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 남병준 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부재자 등록기간이 되면 동사무소 등에서 장애인들에게 부재자등록할 것을 종용하는 전화를 한다”면서 “선거날 ‘거추장스럽다’는 뜻 아니겠냐”면서 씁쓸해했다.
정보 접근성도 크게 떨어진다. 시각장애인의 경우 한글을 점자로 바꾸면 분량이 2배 이상 늘어나는데 중앙선관위가 점자형 선거공보 면수를 일반 선거공보와 똑같이 12쪽으로 제한하면서 후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얻을수 없기 때문이다. 웹 접근성 역시 낮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등 5개당 홈페이지를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0.6점에 불과했다. 전국 16개 시’도 산하 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의 웹 접근성도 평균 74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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