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써니’와 ‘댄싱퀸’ ‘건축학개론’ 등 1980~90년대의 추억을 담은 한국영화가 인기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극중 삽입된 옛 노래들이 관객들의 추억을 불러일으켜 흥행의 기폭제가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한국영화에서 추억이 담뿍 담긴 옛 노래들을 ‘원본 그대로’ 듣기가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자칫 한국영화가 음악이 나오지 않는 ‘무성영화’가 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와 영화제작사가 영화음악 저작권료로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이 상호 인정하는 대로 기존 관행과 규정이 미흡하고 당사자들로는 첨예한 이해관계가 달려 있는 의제이니 다툼 자체는 이상할 게 없다. 진짜 문제는 이를 조정하고 중재할 문화체육관광부가 ‘벼락치기’ 끝에 어느 쪽에도 환영받지 못한 졸속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 문화부가 약자와 창작자,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정책의 근본 취지를 무시했다는 것은 더 한심한 일이다. 논란은 음저협이 기존 영화음악에 적용된 ‘복제 사용료’ 외에 새롭게 ‘공연 사용료’를 영화계에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복제 사용료’란 기성 음악을 영화에 삽입할 때 지불해야 하는 저작권료를 말한다. ‘공연 사용료’는 영화 상영을 극장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으로 보고 매출이나 상영 횟수에 따라 지불해야 하는 별도의 저작권료다. 음저협과 영화계는 지난 몇 개월간 협상해왔고, 문화부는 지난 15일 공연 사용료에 대한 음저협의 주장을 부분 수용한 개정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영화제작가협회는 문화부가 개정안 발표 전날 “두 시간의 (영화계 의견) 청취 시간을 가진 것이 전부”라며 기존 양측 간의 협상 내용과 법적ㆍ행정적 절차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이 협회는 “문화부는 한국영화의 파괴자”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음저협 역시 음악계의 요구를 왜곡했다며 개정안에 반대의 뜻을 표했다. 개정안은 극장매출액 중 0.06~0.2%의 공연 사용료를 지불토록 했고, 납부 주체를 제작사로 못박았다. 음저협이 공연 저작권료를 상영관에 요구했음에도 문화부가 제작사를 우선 지불 주체로 규정한 것은 전국 극장을 상대로 저작권료를 받아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기가 막힌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음저협이 음악창작자의 저작권 보장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이해할 만하다. 영화계의 입장 또한 고개가 끄덕여진다. 문제는 문화부가 양측의 공방에 대해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물론, 기존 논의의 성과나 행정적 절차마저 외면했다는 것이다. 개정안을 보면 영화계에선 거대 투자, 배급사와 극장에 비해 흥행 위험은 더 많이 떠안고 수익에 관한 배분 권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제작사가 사실상 새로운 부담을 떠안게 되고 이는 결국 한국영화 창작력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 뻔하다. 영화제작사가 음악 사용을 꺼리게 되면 음악계에도 파생 수익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영화 소비자들 역시 즐길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물론, 관람료 인상으로 피해를 돌려받게 될 가능성도 높다. 문화부는 창작 주체와 약자,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화 정책의 근본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suk@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