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기도 양주에서 27년째 양돈업을 하고 있는 김행우(60)씨. 지난해 구제역으로 인해 찢어진 마음이 아직 아물지도 않았는데,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대립각부터 세우겠다고 하니 답답할 뿐이다. 비용의 70~80%가 사료값인데, 지난해보다 30~40% 더 올랐다. 매달 5000만원 정도의 사료값 부담에 대출 3억원을 받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2 경기도 여주에서 돼지 3500두를 키우고 있는 김경래(52)씨는 “구제역으로 좌절했다 비싼 사료값에 시달리더니 이제는 수입으로 판매가까지 떨어지는 3중고를 겪고 있다”며 “분뇨 냄새 속에서 하루 종일 일해도 적자 볼 상황이다. 정부가 보상을 해 주든지 적정 두수를 제한해 가격을 유지하든지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2분기에 삼겹살 7만t을 할당관세를 적용해 무관세 수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양돈농가가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대한양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양돈농가의 1/3수준인 330만두가 살처분 당한 가운데, 올 봄부터 본격 출하할 예정이던 돼지고기값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구제역 파동 등으로 가격이 6000~7000원/kg을 보이다가 공급량이 회복되면서 4000원대로 떨어진 상태이다. 정부발표에 따라 수입돼지고기는 1/4분기 7만t(육가공 2t, 삼겹살 5t), 2/4분기 삼겹살 7만t 등이 국내 유통될 전망이다. 특히 1/4분기 수입육은 4~5월이면 국내 마트 등에서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사육ㆍ도축두수가 하반기에 더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돼지고기값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 상황에서 물가안정을 이유로 공급을 늘려 돼지고기값을 낮출 경우 하반기에는 폐사하는 양돈농가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동성 대한양돈협회 상무는 “비용을 감안하면 지육인 경우 5500원/kg이 마지노선이다. 물가를 잡겠다며 정부가 수입계획을 발표했으나, 실제 소비자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하다”고 말했다. 결국 수입업자와 유통업자만 배를 불릴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강기갑 의원실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삼겹살 수입에도 햄값을 10%이상 올린 CJ, 롯데햄, 동원F&B 등의 기업들이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까지 관세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상무는 “정부가 물가를 잡겠다면 수입에 맞춰 시장가격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며 “수입만 해 놓고 시장에 맡겨버린다면 모든 이익은 기업에 귀속될 것이다. 업체들의 로비설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양돈농가의 이익은 차치하고서라도 물가안정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시책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태형 기자/thlee@heraldm.com


th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