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에서 성남으로 출퇴근하는 A씨는 월급여 183만원의 27%인 50만원을 기름값으로 지출하고 있다. 2월말 현재 휘발유 가격의 48.35%가 유류세인 점을 감안하면, A씨는 연간 290만원을 유류세로 내는 셈이다. 연봉의 무려 13%가 유류세라고 할 수 있다. A씨의 근로소득세는 19만원으로 실효세율이 0.9%에 불과해 유류세의 15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납세자연맹(이하 연맹)이 조사한 과도한 유류세 폐단의 사례 가운데 하나. 연맹에 따르면 월소득이 150만원인 B씨는 유류세로 연간 203만원, 실효세율 11.3%를 낸다고 한다. 소득세 12만원, 실효세율 0.7%과 비교한 유류세의 ‘불공평 지수’가 16.9배에 달했다. 월소득 500만원인 C씨는 불공평 지수가 2.3배. 연맹은 “소득이 낮을수록 유류세에 의한 가처분소득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는 역진적 성격의 유류세 탓도 있지만 월소득 1250만원의 대기업 임원 D씨와 매달 6000만원 이상을 버는 고소득 전문직 E씨는 각각 회사에서 유류비를 지원받고 사업자로서 유류비가 경비로 인정되면서 가처분소득에서 부담하는 유류세 부담이 전혀 없었다.

연맹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어려운 계층에게 세금이 더 징수되고 있는 것”이라며 “헌법상 보장된 ‘조세공평의 원칙’을 위배하고 국가가 세금으로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는 꼴”이라고 강조했다.

유류세 인하 서명운동을 진행 중인 연맹 홈페이지에는 연일 서명자가 늘어나며 유류세 부담을 호소하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김 모(44)씨는 “기름값 오르면 대중교통 이용하라고 하지만 화물차 운전수, 알뜰장터 사업자 등 생계형 자영업자들은 어쩌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연맹은 정부가 국회 동의 없이도 탄력세율과 할당관세 인하 만으로도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315원까지 당장 인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9년 5월 정부는 휘발유 1리터당 475원 정액이던 교통세에 11.37%(54원)의 탄력세율을 적용해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연맹은 현행 교통세에 법정 최저 탄력세율 -30%를 적용하면 휘발유 가격을 304원 낮출 수 있고 기본세율 3%인 할당관세도 40%까지 낮추면 전체 휘발유값은 315원 이상 떨어진 리터당 1680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는 물론, 정치권마저 서민 고통의 진원지를 모르고 시급한 유류세 인하에 관심이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생계형 운전자들에 대한 선택적 유류세 조정은 정부가 종합적인 플랜에 따라 검토할 사안이라고 이미 밝힌 바 있다”면서 “근로소득세와의 비교를 통해 전국민에 대해 유류세를 인하하자는 것은 재원도 없이 복지를 주장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고 반박했다. 양 측의 주장이 크게 달라 서민들이 원하는 기름값 인하의 길은 멀고도 멀다.

<류정일 기자 @ryu_peluche>

ryus@heraldm.com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