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유동성 공급에 나서는 등 소방수 역할을 했던 유럽중앙은행(ECB)이 ’출구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8일(현지시간) “ECB가 두 차례의 장기대출 등을 통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안정에 할만큼 했다”면서 “이제는 역내 정부와 은행이 행동할 때”라고 촉구했다.

드라기는 이날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인하 문제는 거론되지도 않았다”면서 “인플레가 올해 ECB ‘목표치’인 2%를 초과한 2.4%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는 통화 정책이 그간의 특별 기조에서 물가 관리란 정상적인 정책으로 복귀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유로존 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ECB가 충분히 할 만큼 했다”는 점을 드라기가 부각시킴으로써 ECB가 마침내 출구전략으로 선회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영국 베렌베르크 은행의 홀거 슈미에딩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ECB가 통화 완화 기조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드라기의 발언은 3차 장기 대출이 없고 금리가 더 내려가지도 않을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이어 “ECB가 궁극적으로 금리 인상을 예고하는 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도 드라기에게 “ECB가 두 차례 장기대출 등으로 이미 3조 유로를 시장에 풀어, ECB가 심각한 유동성 과잉 위기를 가져올 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드라기는 장기대출에 대한 이같은 견해와 관련해 “이들 조치가 큰 효과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이제는 정부와 특히 은행이 지속적인 개혁 등 그들의 몫을 해야 할 때”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그는 ECB가 또 다른 통화 완화 조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다.

드라기는 “ECB가 유로존이 올해 0.3%가량 성장할 것으로 지난해 12월 예상했으나 이를 마이너스 0.1%로 하향 조정했다”면서 “ECB는 (앞으로의 통화 정책을) 예단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