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5>바람 부는 길(13)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이스라엘의 ‘어번’ 사와 힘을 합쳐 진행하는 비밀 프로젝트… 하늘을 나는 오프-오프로드 카 ‘에어 뮬’을 성공적으로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전 과정을 통하여 한 번의 실수도 허용될 수 없었다. 그런데 사상자를 동반한 큰 사고가 났으니 거성 재벌2세의 심정이 좋을 리 없었다. 사고 수습과정을 재빨리 확인하고 그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려는 마음은 어느새 조바심으로 드러나고 있었다. 이제 막 랠리를 끝내고 돌아온 권도일에게 비밀엄수라는 특별지시와 함께 이스라엘 출장 명령을 내린 것도 조바심의 일종이었다.
“지난번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3등을 했기 때문에 이미 권도일 선수를 알아보는 팬이 생겨났을지도 모릅니다. 만약 단독으로 이스라엘의 어번 사를 방문하게 되면 뒷말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아홉시 뉴스에 겨우 1분 정도 방송을 탔을 뿐인데 누가 내 모습을 알아보겠습니까? 요즘은 선거철이라 뉴스마다 정치가들 얘기뿐인걸요?”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기자들이 냄새를 맡으면 큰일이라고요. 여태껏 해 온 고생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쥐도 새도 모르게 이스라엘 출장을 다녀올 수 있을까요?”
“아무도 모르게 다녀올 수는 없고요, 알더라도 관심을 끌지 않도록 포장하는 방법을 써야합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가장 좋은 방법이… 권 전무께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어 단체로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겁니다.”
“단체로 성지순례를?”
“성당이나 교회에서 단체로 다녀오는 성지순례 팀에 섞이라는 겁니다. 그 방법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종교차원의 거룩한 행사를 의혹의 눈길로 바라보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성의 재벌 2세가 두툼한 인쇄물 한 권을 권도일에게 전해주며 말했다. 어떻게 준비했을까… 순례할 곳의 일정과 사진이 촘촘히 박힌 여행 가이드였다.
‘찬미 예수님! 9박 10일 동안의 이스라엘 성지순례를 떠나기에 앞서 우리 교우 모두가 크나큰 감회와 감동을…’
권도일은 그 인쇄물을 천천히 넘겨보았다. 성지순례 단을 모집하기 위해 강남 어느 교회에서 자체 제작한 것이었는데, 출발일이 겨우 열흘 남짓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현재까지 대략 30명 정도 신청했군요. 출발일이 다음 주 화요일입니다. 오후 3시 30분 비행기로 이스라엘 텔아비브 공항을 향해 떠난답니다.”
“나도 봤어요. 그러니 권 전무께서는 바쁘게 서둘러야만 합니다. 오늘 당장 이 교회에 찾아가서 신도로 등록하세요. 오늘부터 독실한 신자가 되어야만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번 일요일에는 예배를 마치고 그 성지순례 단에 가입하시는 겁니다.”
“바로 이스라엘로 떠나라는 말씀이군요.”
“시간이 없습니다. 스키장에서 벌이는 게릴라 레이싱도 다음 주 금요일엔 끝나지요. 그나마 스키장에 있는 눈이 녹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그렇습니다. 게릴라 레이싱이 벌어지는 동안 전국의 스포츠 기자들을 내가 꽉 잡아두겠습니다. 그동안 권 전무께서는 소리 소문 없이 이 나라를 빠져나가야만 합니다.”
재벌 2세는 아이패드가 담긴 가죽 백을 권도일에게 건넸다. 모르긴 해도 그 아이패드에는 이스라엘 출장에서 감당해야 할 여러 가지 사안이 담겨있을 것이다.
“다음 주 화요일, 현지시각 20시 20분에 텔아비브 공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무려 10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게 되지요. 권 전무께서는 비행기 멀미에 시달리는 연기를 잘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항에서 다시 버스로 1시간 동안 달려야 베들레헴의 산타 마리아 호텔에 도착합니다. 도착 예정 시간은 23시 30분, 순례 단은 그곳에서 1박을 하게 되지만…
거성의 재벌 2세는 마치 007 영화장면과도 흡사한 명령을 내리는 중이었다. 하긴 거성 최고의 과학자였던 공평호 박사가 사망한 사건이니 007 영화만큼 긴박할 만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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