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통하는 지인 송호근 서울대 교수가 본 유상호
금융인 유상호. 나는 그가 금융계의 스타라는 사실을 3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워낙 과묵한 데다가 으스댈 줄 모르는 모던한 스타일의 신사인 그는 회의석상에서 거의 말이 없다.
2007년 사장 취임 후 특유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회사를 탈바꿈시켜, 드디어 2011년 업계 최고의 실적으로 한국투자증권을 명실 공히 최고 증권사 반열에 올려 놓았으면 좀 나댈 만도 한데 송구스럽다는 듯한 표정 외엔 좀처럼 내색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증권인으로 받을 수 있는 상중 최고로 영예로운 상을 재임 5년간 세 번이나, 그것도 최초로 두 번 연속 수상했다는 소식도 옆에서 일러줘야 알았을 정도다. 상 한 번 받아보기가 평생 소원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내게 돌아온 답은 ‘아, 뭘요 죄송하죠!’였다. 나는 그 내공이 얄밉기까지 하다. 금융계의 그래미상을 세 번쯤 수상한 사람의 실력을 나로서는 도저히 가늠하기 힘들다.
비유하자면 그는 수염을 기르지 않은 관우다. 6척 장신의 잘 빠진 몸매도 그러려니와 배우 뺨치는 패션은 나같이 비쩍 마른 사람 기죽이기 알맞다. 거기에 돈의 흐름을 예견하는 고감도의 예지력과 목표물을 정확히 장악하는 결단력과 기동성을 갖췄으니 금융계의 관우라 할 만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사랑스럽고 든든한 기업으로 발전하는 이유를 알겠다.
금융인 유상호는 문사(文士)다. 글을 잘 쓴다. 게다가 맛있게 쓴다. 이 방면엔 안 빠진다고 자부하는 필자의 자존심을 긁기에 충분히 잘 쓴다. 그래서 한번은 진정으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랬더니, ‘아, 뭘요 족탈불급이죠!’ 아, 그 내공이라니!
금융인 유상호의 꿈은 특이하게도 주방장이다. 서양 음식에 일가견이 있는 그의 취미는 친구들을 초청해 특급요리를 해주는 거란다. 하기사 글과 요리는 공통점이 있다.
타고난 감각이 그것이다. 머릿속에 맴도는 소재와 쟁점들을 버무려 하나의 일관된 스토리로 만드는 것과, 여러 가지 야채와 양념을 섞어 일품 요리로 만드는 것은 유사 업종이다. 둘 다 잘한다는 게 부러울 뿐인데, 그 이유는 그의 인품에 숨어 있다.
작년 가을엔가, 그가 무심코 던진 말이 나의 마음에 각인돼 있다. ‘이제 사회에 봉사하고 싶어요. 나의 금융지식과 경험을 후세대에게 나눠주는 것, 그것이죠.’ 그는 학생들로부터 오는 강의 요청은 마다하지 않는다. 물론 무료 봉사다. 먼 훗날, 금융계의 관우는 레스토랑 주방장이 되어 있을까, 아니면 존경받는 노교수가 되어 있을까, 궁금하다.
kimh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