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의를 쫓다’

삼국지의 한 장면이 글로벌 IT업계에 재현되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떠난 애플이 삼성전자와 시장가치 격차를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실적에다 잡스의 유작인 ‘아이패드3’의 기대감 때문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잡스가 없는 상황에서도 삼성과 애플의 제품전(戰), 특허전(戰)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이건희 회장이 건재한 삼성이 전세를 뒤짚을 가능성은 더 높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1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지난주 대비 9.18달러(1.86%) 상승한 502.60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500달러 돌파는 사상 처음이다. 시가 총액은 4600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마이크로소프트(2570억 달러)와 구글(1980억 달러)을 합친 것보다 많게 됐다.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에 3배에 달한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우선주를 합해도 175조원이 안된다.

애플 주가행보는 작년 여름 아이폰4Gs 출시 이후 잠시 삼성전자를 눌렀지만, 가을부터는 다시 삼성전자에 추격을 허용했다. 그러다 올 초 삼성전자가 110만원대 돌파이후 횡보하고 사이 다시 재역전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 타개 이후 35%나 올랐기 때문에 일종의 ‘잡스 효과’로 볼 수 있다. 애플의 실적이 지난 4분기 순이익 131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탄탄하게 받쳐주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겠지만, 아이패드 3 출시를 앞둔 기대감을 반영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세(戰勢)는 삼성전자 편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때 애플에 크게 뒤쳐졌던 모바일 핸드셋 부분에서 격차가 이미 크게 좁아진 데다, 잡스 이후 제품력에 큰 타격을 입은 애플과 달리 삼성은 왕성한 제품개발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는 모바일 핸드셋 외에도 반도체와 아몰레드(AMOLED) 등 애플이 갖지 못한 현금창출원이 올 해부터 가동될 전망이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비메모리와 아몰레드(AMOLED) 사업 가치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아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 2분기에는 LCD 업황이 회복되고 3분기에는 메모리 업황까지 회복되는 등 실적 개선의 방향성도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특허소송의 경우 일진일퇴의 공방이 벌어지고 있지만, 전반적인 승률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최근 KT와 ‘스마트 TV’ 접속 차단을 놓고 벌어지는 공방이 적잖은 부담이다. KT는 국내에서 아이폰 보급에 가장 먼저 나섰다는 점도 아이러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KT가 지난해 5월 애플 아이폰의 데이터 사용량 폭주로 통화불통 현상이 발생했을 때는 오히려 네트워크 설비투자 확대와 기술개발에 노력하겠다고 했다”면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편 세계 주요 IT 기업들과 비교해 현금성 자산이 적다는 지적을 받아온 삼성전자는 최근 회사채 발행을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회사채까지 발행하면서 대규모 투자에 나설경우 글로벌 IT업계 판도에 적잖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성연진ㆍ신수정 기자/yjsung@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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