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에 비해 짧은 연휴지만, 모처럼 온가족이 모이는 때. 차례만 지내고 헤어질 수는 없다. 서울에 살아도 남산 한번 못 가보는 서울사람이 많듯이, 내 고향 우리 동네 숨은 명소도 잘 모를 때가 많다. ‘설날 나들이’로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서울과 6대 광역시의 ‘알짜 명소’를 골랐다. 역귀성하신 노부모님 모시고 가도 좋고, 세뱃돈 타령 하는 아이들과 함께 가도 좋다.

▶서울, 세종대왕 태어나신 ‘세종마을’ 탐방=경복궁의 서쪽, 인왕산 밑에는 세종마을이 있다. 흔히 ‘서촌’이라고 불려왔는데 2011년 종로구에서 세종대왕 탄신 614주년을 맞아 ‘세종마을’로 명명했다. 경복궁역 2번 출구가 세종마을 투어의 기점. 자하문로를 중심으로 해서 두 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즐기면 편하다. 자하문로 서쪽편에는 사직단, 필운대, 이상 옛집, 이상범 가옥, 통인시장, 헬레나공방, 윤동주 하숙집 터, 서울교회, 우당기념관, 선희궁 터, 송강 정철 집터 등이 있다. 반면 자하문로 동쪽편에는 대림미술관, 진아트갤러리, 통의동 백송 터, 보안여관, 쌍홍문 터 등이 있다. 어느 쪽을 먼저 여행하든 윤동주 시인의 언덕과 통인시장은 필수.

▶인천, 동구 배다리 전통거리서 과거여행=60~70년대를 만나려면 달동네박물관, 공예상가가 들어선 동구 배다리 전통거리로 향한다. 배다리 일대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천의 근대사가 낱낱이 스며든 곳. 초입에는 인천지역 공예작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는 지하공예상가가 있고, 여기서 언덕길로 접어들면 수도국산 달동네 박물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도국산 일대는 한국전쟁 때는 고향을 잃은 피란민들이, 60~70년대에는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지방 사람들로 붐비던 인천의 대표적인 달동네. 공동변소, 구멍가게, 물지게 등 옛 달동네 사람들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재현해 놓고 있다.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등 다양한 과학체험=‘대전’ 하면 ‘과학’을 떠올린다. 1970년대 말, 대덕연구단지가 대전에 자리 잡고,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로 그 이미지를 더욱 확실히 했다. 따라서 천연기념물센터, 국립중앙과학관, 대전시민천문대 등 대전에서의 다양한 과학체험은 그 의미가 더 깊다. 천연기념물센터는 전국 각지에 있는 동물, 식물, 지질, 광물, 천연보호구역 등 다양한 종류의 천연기념물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으며, 국립중앙과학관은 상설전시관, 우주체험관, 천체관, 생물탐구관, 첨단과학관,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전시를 하고 있다. 최근 ‘사이언스 타운’이라는 공간을 새롭게 개관했다. 또 대전시민천문대에서는 겨울방학 천문교실, 매주 토요일 별음악회 등을 진행 중이다.

▶대구, 방천시장 ‘김광석 골목’=쇠락하던 방천시장이 다시 북적이고 있다. 지역 미술작가들과 주민이 힘을 모아 예술 프로젝트 ‘별의별 별시장’을 시작하면서 다시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구불구불한 시장골목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오래된 벽과 가게 간판, 기둥에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져 있다. 생선가게에는 물고기 모형, 참기름 짜는 집 앞에는 참기름 모형이 만들어져 있는데, 하나하나 모두 작품 같다. 또 한 시절을 풍미했던 가수 고(故) 김광석을 만날 수 있다. 시장 어귀 그의 동상은 다리를 꼬고 앉아서 기타를 치고 있는 모습. 방천시장 동편 둑길을 따라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이어지는데, 그의 얼굴과 노래 등을 주제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광주, 무등산 증심사에서 춘설차를 마신다=무등산에서 가장 쉽게 나들이할 수 있는 곳은 증심사. 산 아래 관리사무소에서 걸어서 20분이면 도착한다. 대웅전 뒤편에는 증심사의 유산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삼층석탑(높이 3.2m)이 서 있다. 삼층석탑 뒤에는 조선 세종 25년에 지어진 오백전이 있고, 그 왼편에는 보물 제131호인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 모셔진 비로전이 있다. 증심사 왼편 산길로 들어가면 ‘삼애다원’이란 차밭이 펼쳐진다. 해방 후 의재 허백련이 손수 ‘춘설’이라는 이름의 녹차를 생산했다. 인근 의재미술관에는 그가 생전에 사용하던 붓과 사진, 남종화가 전시돼 있다. 미술관 앞 찻집 ‘문향정’에서 춘설차를 맛볼 수 있다.

▶울산, 간절곶 소망우체통에서 나에게 보내는 편지=진하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5㎞ 정도 내려가면 간절곶이 나온다. 간절곶 소망우체통에 나에게 편지를 쓴다. 소망우체통은 실제로 우편물을 수거해 가는 우체통으로 높이는 5m에 달하며, 뒤쪽으로 돌아가면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다. 우체통 아래쪽으로 흑룡조형물이 보이는데, 2012년 임진년을 맞이해 새롭게 만든 것. 붉은 구슬에 담긴 ‘복’을 단단히 움켜쥐고 있는 형상이다. 100여년 가까이 간절곶 앞바다를 지켜온 간절곶 등대는 언덕 위에 있어 인근을 굽어보기에 좋다.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욕망의 불꽃’ 오픈 세트장이 한창 막바지 공사 중이다.

▶부산, 바다 보며 찜질…명절 피로 싹 가시네=광안리 해변의 호메르스호텔 찜질방은 벽면 전체가 유리로 마감돼 밖이 훤히 보인다. 따끈한 바닥에 누워 바라보는 광안대교 전경은 그야말로 꿀맛. 밤에 가면 시시각각 변하는 화려한 광안대교의 야간경관이 낮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스파랜드는 독특한 테마 찜질시설. 황토방이나 참숯방 같은 기본시설 외에 옛 터키식 공중욕장을 본뜬 하맘룸, 명상음악이 나오는 바디사운드룸, 웨이브드림룸 등 무려 13가지나 되는 찜질방을 갖추고 있다.

<박동미 기자@Michan0821> /pdm@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