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교실 기이하게 닮은꼴
감옥은 개인의 고립화 과정
교실도 경쟁교육 질서 강요
조례 제정통해 사회화 절실
성인들을 감옥에 가두고 감방 내 폭력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 것과, 학생들을 감옥 같은 학교에 가두고 학교 내 폭력이 일어나길 바라지 않는 것의 차이는 뭘까.
성인들을 감옥에 보내면 일부는 원래 목적대로 교화가 되기도 하지만 일부는 더욱 사악하고 세련된 범죄자들이 되어 나오기도 한다. 감방 내 폭력도 심각하여 폭력범죄로 수감된 사람은 감방 내에서 더 큰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결과에 대해서 어느 사회든 교화의 이상을 실현하기에는 숙명적으로 불충분한 감옥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가를 생각하지, 개별 죄수들의 인성 탓을 하지 않는다.
감옥과 교실은 기이하게 닮은 점들이 있다. 각자 번호가 주어지고 방이 주어지며 그 방에서 그 방 사람들과 형기나 학기가 끝날 때까지 생활해야 한다.
각 방마다 방장이나 일진을 중심으로 위계질서가 있고, 그 위계질서가 유지되기 위해서 폭력이 행사된다. 운동시간과 식사시간이 정해져 있고 모두 똑같은 운동과 식사를 한다. 교도소가 폭력을 막지는 못하면서 획일적인 질서만을 강조하면 폭력을 조장할 수 있는 것처럼, 학교도 마찬가지다. 1교시에 같은 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학생을 2교시, 3교시에도, 다음 날에도, 결국 학기 내내 같은 반에서 공부하도록 하는 것이 ‘질서’라는 이름으로 강요된다.
학생들을 감옥 같은 학교에 집어넣고 감옥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문제학생’들을 탓할 수는 없다. 최근 누군가 ‘학교폭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20여년전 부시 미국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이라는 말을 만들어낸 후 인류역사상 ‘테러와의 전쟁’을 포함해서 사회문제에 대해 ‘전쟁’을 해서 이긴 적은 한 번도 없지 않았나 생각된다.
사실 대한민국에서의 감옥 내 폭력은 신참에 대한 일시적 군기잡기나 과거 시국사범에 대한 고문을 중심으로 논의된다. 하지만 학생들의 감옥 내 폭력은 대한민국에서 더 처참해진다.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은 집단적이고 일상적인 폭력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닌 대다수 학생들이 모두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하여 피해자들이 ‘알려봐야 소용없다’라는 확신을 갖도록 하기 때문에 가능해지는 것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자신의 행위의 사회적 의미에 둔감해지는, 바늘로 찔러도 들어가지 않는, 물샐틈없는 개인들의 고립화 과정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 경쟁교육의 폐해가 틀림없이 있다.
경쟁교육 문제는 장기적으로 풀어야 하고 학생들의 ‘사회화’도 당장 시급하다. 폭력에 대한 징계를 체벌금지만큼 엄정히 해야 한다.
그래서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12월 공포한 학생인권조례 제8조에서 ‘학생은 다른 학생과 비교되지 않고 평가받을 권리’가 있음과 ‘자신의 소질과 적성 및 환경에 합당한 학습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선언, 지난 10월 의회에 발의를 하면서 학생 징계를 현실화하는 조치도 취했던 것이다. ‘전쟁’으로 이길 수 없듯이 ‘조례’만으로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조례라는 사회화 과정의 시작점은 절실하게 필요하다.
kw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