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고가 선물세트’즐비
하락폭 작은 1등급 한우 취급
직거래 못해 도매가로 구입
유통구조 개선 목소리 커져
송아지 1마리가 1만원도 안돼 소를 굶겨 죽이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설 대목을 맞은 유통가에는 송아지 보다 비싼 정육 선물세트가 즐비하다. 프리미엄급 선물 수요가 집중되는 백화점은 차치하더라도, 대형마트에서 조차 20~30만원대의 정육 선물세트가 등장해 농가와 유통가 사이의 온도차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유통업체들은 취급하는 축산물의 종류가 다르고, 농가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우선 대형마트 등은 최근 시세가 급락한 육우가 아닌 한우만 취급한다. 한우도 최근 값이 내렸다지만 육우에 비하면 가격 하락 폭이 적은 편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도매시장의 경매가격을 살펴 보면 육우가 평균 31% 가량 하락할 동안 한우는 19% 정도만 값이 내려갔다.
특히 선물세트는 대부분 한우 1등급 이상만 사용하기 때문에 체감 하락폭이 덜하다. 소의 사육두수가 넘쳐난다 해도 최상급 한우 공급량이나 품질은 일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게 보통이다. 지난해 한우 1++등급의 가격은 고작 11% 정도 하락했을 뿐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에 들여놔도 팔리지 않는 육우를 선물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라며 “육우를 취급하는 곳은 전통시장 뿐이기 때문에 최근 회자되고 있는 육우 시세와 대형마트 한우 가격은 다르게 봐야 한다”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유통업체들은 농가와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길이 없다. 대형마트는 산지 수집상을 통한 이후에 도축, 가공된 정육 제품을 들여와 손질해 판매하고 있다. 때문에 산지 시세와 별개로 도매 시세에 영향을 받을 뿐이다.
선물세트 준비 시기도 정육 세트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냉동 정육세트는 보통 설 6개월 전부터, 냉장세트는 지난해 11월말~12월초부터 준비를 시작한다. 당시의 시세가 선물세트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의 급락세는 반영하기 어렵다는게 유통가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실제로 한우 시세는 지난해 6월 도매가가 ㎏당 1만1830원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조금씩 오르고 있는 추세다.
유통업체들은 설 대목을 앞두고 소 값 폭락이란 이슈가 불거지자 당혹스러운 반응이다. 대형마트마다 10만원대 이하의 실속 선물세트 비중을 지난해 설보다 2배 이상 늘리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유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첫 선을 보인 미트센터에서 복잡한 가공 단계를 기계로 한 번에 처리하는 방식으로 정육 가격을 낮추는 복안을 내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직접 매입한 지리산 한우를 선보이고 있다.
<도현정 기자> / kate01@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