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존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파열음이 새해벽두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달러를 대체할 단일통화의 꿈을 품고 출범한 지 꼭 10년이 되는 2012년,유로화는 존폐 기로에 서게 됐다.

당장 위기의 진앙지 그리스는 2차 구제금융안이 최종 합의되지 않는다면, 유로화를 포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올 1분기(1∼3월)에 유로존 17개국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1570억 유로(약 235조 원)도 시한폭탄이다. 시장에서는 올 상반기 재정위기 해결의 물꼬를 트지 못할 경우 유로화 붕괴가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리스 유로 탈퇴 엄포= 그리스 정부는 3일(이하 현지시간) 2차 구제금융안이 최종적으로 합의되지 않으면 유로존을 탈퇴해야한다고 밝혔다.

판테리스 카프시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이달 재개될 그리스와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의 협상에서 그리스의 파산 여부 등을 포함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리스는 지난해 5월 유럽연합(EU),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1100억 유로의 구제금융에 합의했으며, 이달 중순부터 1300억 유로(1690억달러) 규모의 2차 구제금융안 세부 조건에 대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카프시스 대변인은 “구제금융 협상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그리스는 시장에서 밀려나고 유로존에서 퇴출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EU는 2차 구제금융 지원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에 긴축재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그리스의 재정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이달 하순 실사단을 그리스에 파견할 예정이다.

그동안 그리스와 EU는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할 경우 유로존 전체에 심각한 경제난을 불러올 것이라고 판단, 유로존 탈퇴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피해왔다.

▶유로존 만기 국채도 대형지뢰 = 올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이탈리아 등 재정위기국가들의 국채도 유로존 운명을 가를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 1분기(1∼3월)에 유로존 17개국에 만기가 도래하는 국채 규모는 1570억 유로(약 235조 원).

이 가운데 이탈리아는 2~4월 중에 1414억유로(1824억달러)에 달하는 국채의 만기를 맞게 된다. 올해 전체 만기도래액의 44%에 달한다. 국채 금리도 국가 부도의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7%’ 선을 훌쩍 넘기는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또다른 재정위기국 스페인도 5% 선을 오락가락 한다.

시장은 올 2월부터 국채 만기가 대거 도래하는 이탈리아가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유로화의 존폐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위기국의 국채만기가 집중돼 있는 상반기가 유로존 위기의 최대 분수령이 되면서, 추가대책 합의가 적기에 이뤄지지 못할 경우, 주요국과 금융기관의 신용등급 하락과 맞물려 위기가 급격히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해말 유럽 은행들에 5000억 유로가 넘는 자금을 풀어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사주도록 지원했지만 은행들은 여전히 국채 매입에 소극적이다.

▶위기 잠재울 동력 부재=유로존을 지속시키기 위해 재정 상황을 개선시킬 수 있는 경제 성장이 시급하지만, 각종 경제지표는 암울하기만 하다. 앞으로 유로존 국가들의 경제 성장 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반(反) 유로화 진영의 움직임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위기국 스페인의 실업률은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스페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현재 실업자수는 442만명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1년동안 모두 32만2000명(7.86%)이 늘어났다. 마리아노 라호이 신임 총리는 지난해 12월 하순 취임할 당시 실업률이 23%라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 재정적자 는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루이스 데 긴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2일 정부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8%가 넘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9일 베를린에서 만나 ‘신(新) 재정동맹’을 시행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한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유로존 17개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ECB도 위기 해결을 위해 좀 더 확실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를 잇따라 받고 있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