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영하 7도였던 지난 2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정문앞에 한 40대 여성이 피켓을 들고 1위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서울고등법원에서 청소미화원(용역근로자)으로 근무한 안모(49ㆍ여)씨로 지난해 12월 31일자로 해고됐다. 안씨는 “용역회사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았는데 화장실 휴지를 제때 채워놓지 않아서 해고했다고 하더라. 내가 가장인데 살길이 막막하다”며 용역업체와 법원에 해고결정 철회 및 계속 고용을 요구했다.
정부와 업체의 ‘책임 떠넘기기’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새해벽두부터 실업자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라 2년 이상 한 업체에서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하지만 이들을 고용한 용역업체와 근로지인 정부기관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이들의 고용보장을 회피하고 있기 때문.
안씨를 포함해 해고된 청소미화원은 총 6명. 이들은 모두 ‘오뚜기토탈시스템’이란 용역업체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돼 법원에서 근무하는 용역근로자들이다.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간 법원 청소미화원으로 일했다. 용역업체와 매년 1년짜리 고용계약을 맺었지만 연말이면 으레 재계약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에게 이번 해고 결정은 청천벽력이었다.
안씨는 “해고이유를 법원 관리과장에게 물어보니 화장실 휴지를 제 때 채워놓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면서 “당시 법원에 일시적으로 아르바이트생들이 늘어나 벌어진 상황인데 그걸 빌미로 해고했다”며 분노했다. 권모(63.여)씨 역시 용역업체 소장에게 반대목소리를 낸 게 미운 털이 박힌 듯하다”며 “5년간 일해온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잘리니 어떻게 먹고 살 지 막막할 뿐”이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현행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2년 이상 근무시 직접 고용 및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해 계속 고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해고자 6명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는 용역업체와 법원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용역업체 측은 “6명 모두 ‘근무부적합자’로 판정돼 해고 결정한 것”이라며 “근무태만, 폭행시비연루, 건강문제 등으로 더 이상 근로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들과 계약기간이 2011년 12월 31일까지였던 만큼 해고 결정에 문제될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들에 대한 재고용 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최락용 오뚜기토탈시스템 환경관리사무소 수석팀장은 “근로계약서에 정년보장조항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재고용 의무를 명시한 조항도 없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이들을 재고용할 의사가 없다. 비정규직법에 대해선 묻지도 마라”며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서울고등법법원 역시 고용책임을 회피하긴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고등법원은 청소용역업체 입찰을 진행중이지만 업체 교체시 해고된 청소미화원들에 대한 고용승계나 직접고용에 대한 언급자체를 꺼리고 있다. 김재우 서울고등법원 관리과장은 “우리한테 고용승계나 직접고용 여부를 묻는 건 논점에서 벗어난 질문같다”며 “더 이상 할말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청소미화원 등 한 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해당 업체에 계속 고용을 주장할 수 있다”면서 “이를 어긴 업체는 시정명령 및 1억원의 과태료를 내야한다. 노동자는 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도 할수 있다”고 말했다.
<황혜진기자@hh6386> /hhj6386@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