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영결식 이후 中단둥 현지 르포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영결식이 열린 지난 28일에도 북ㆍ중 국경은 분주했다. 이날 오전 10시께 단둥(丹東)과 신의주를 잇는 중조(中朝)우의교를 통해 화물을 가득 실은 수십량의 무게열차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빠르게 북녘 땅으로 넘어갔다. 영결식을 전후해 단둥 세관이 닫힐 것이라던 예상도 빗나갔다.
이날 열차는 물론 트럭과 승합차량까지 압록강을 넘어갔고, 세관의 상품검색대 컨베이어벨트도 바쁘게 돌아갔다.
28일 오후 찾아가 본 단둥신구 랑터우(浪頭) 신압록강대교 건설 현장 역시 평소와 다름없었다. 공사장 감독은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지만 공사는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예정대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경제특구로 지정해 중국과 합작 개발 중인 황금평도 공사가 중단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트럭들이 건설 자재를 실어나르고 준설 작업도 벌어지고 있었다. 평안북도 신도군에 속한 황금평은 원래 섬이었는데 퇴적으로 인해 중국 땅과 맞닿은 곳이다. 경계를 나눈 철조망 너머로 북한 농민의 모습이 아련히 보였다.
김 위원장 사망 발표 이후 흔들렸던 북ㆍ중 무역은 이제 평소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 나아가 북한과 중국은 보란듯이 협력을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 수개월간 북ㆍ중 무역이 중단됐던 것에 비하면 원상회복 속도는 매우 빠른 편이다. 이를 두고 중국의 북한전문가들은 ‘김정은 체제’의 불안 요소를 조기에 제거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미 양국 간 교역 규모는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코트라 베이징무역관에 따르면 올해 1~10월 중국의 대(對)북한 교역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3.5% 늘어난 46억7000만달러에 달해 지난해 연간 실적(34억7000만달러)을 훌쩍 넘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1999년 25%에 불과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83%에 달했다. 더욱이 김정일 사망 이후 중국의 대북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여 중국에 대한 북한 경제의 의존은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우회로’ 없는 북한은 중국에 기대고, 중국은 ‘후견인’ 역할을 자청하면서 북한과 중국이 ‘신(新)밀월’ 시대를 맞는 분위기다. 칼바람이 몰아치는 압록강 접경에서 본 북ㆍ중 관계의 풍향계는 새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지금 한국이 필요한 것은 동북아 정세라는 ‘숲’ 전체를 조망하면서 변화를 읽어내는 날카로운 눈일 것이다.
<박영서 기자> / pys@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