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무기계약직 급여 늑장지급 파문

예산 변칙운영·협조 지연

지방선 월급 준 후 회수도

일부는 대부업체서 돈빌려

정부기관 공신력 추락

경찰청이 무기계약직원 700여명의 월급을 하루 늦게 지연 지급한 것은 헌정 사상 최초의 공무원 임금 지연 지급 사례로 꼽히게 됐다. 경찰 무기계약직의 월급이 지연 입금된 것은 인건비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사업비에서 예산을 전용해 운영하는 변칙적인 예산 운영과 이에 따른 관계기관 사이의 협조 지연에 따른 것이다.

▶“경찰 무기계약직 월급을 인상하면 타 부처도 올려야 하잖냐…”=경찰은 교통CCTV 운영요원 및 지문날인 등록일 등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시켜 운영했다. 무기계약직은 급여는 정규직보다 적지만(기능직 10급 기준 80%) 대신 정년을 보장받는 고용 형태를 말한다.

이후 경찰은 2007년 무기계약직과 임금 협상을 하면서 2008년부터 이들의 임금을 매년 5%씩 올려 2012년까지 이들의 급여를 정규직의 100% 수준으로 맞춰주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 합의가 실제 예산에 반영되지 않은 데서 발생했다.

경찰의 합의를 들은 기재부에선 “경찰 무기계약직 월급을 인상하면 타 부처 무기계약직 임금도 그에 맞춰 올려줘야 한다”며 난색을 표했다.

경찰은 할 수 없이 교통사업비 예산에서 무기계약직 월급 인상액을 자체 전용해 지급해 왔다.

하지만 2011년 정부는 각 부처에 예산 전용 사유 발생 시 자체 전용을 하지 말고 기재부와 협의한 후 실시토록 지침을 변경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10월 기획재정부 법사예산과에 부족한 예산 중 9억9800만원을 전용해 급여를 주겠다고 요청했지만 협의가 지연되면서 이에 대한 승인이 지난 20일 오후에나 떨어졌다. 그 결과 20일에 나갔어야 할 급여가 21일 오후에나 나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정규직과 차별도 서러운데 급여마저 늦게 나오다니…”=연말연시를 맞아 돈이 필요했던 경찰청 무기계약직은 급여가 늦게 나오면서 불안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월급날에 맞춰 카드값, 공과금 이체를 맞춰둔 사람 중 일부는 급전을 빌리러 돌아다녔으며, 특히 월급을 지급했다가 회수한 경남지방청 소속 직원의 경우 월급을 반납하기 위해 대부업체의 손을 빌린 사람도 있었다.

무기계약직원은 설움을 감추지 못했다. 평소에도 명절 선물, 급여 등에서 기능직 10급 공무원이나 경찰직 등과 차별을 받는 것만 해도 서러운데 급여가 밀리면서 다시 한번 설움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무기계약직으로 10여년간 근무해온 A씨는 “처음에는 일하다 잘하면 기능직 공무원으로 특채해 준다고 해서 왔는데 10년째 무기계약직으로 묶여 있다. 하는 일은 같은데 급여도, 권한에서도 차별받는다. 이제는 급여마저 늦어졌다”며 “국가기관이 급여를 제때 주지 않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얘기냐”고 설움을 토했다.

대부업체의 손을 빌렸다는 B씨는 “직원이 나를 불러 ‘당신 한 사람 때문에 일처리(급여 반납)를 못하고 있다’고 꾸짖기까지 했다”며 “급여를 제때 안준 사람이 사과하긴커녕 큰소리 치는 것을 보며 ‘과연 나를 동료로 대접해주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앞으로는 어떻게?=사상 초유의 국가기관 급여 지급 지연 사태와 관련해 당사자는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내년도부터 동일ㆍ유사 사례 방지를 위해 부족 예산의 증액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며 “특히 급여를 실수로 보냈다가 반납받은 경남청 직원에게는 주의조치를 내렸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신청을 받고도 뒤늦게 합의해 문제를 키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경찰은 올해 무기계약직의 월급을 기능직의 95%까지 올려준다는 계획을 상신했으나 우리는 예산범위 내에서 맞춰 하라고 지시하면서 견해 차이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협의가 늦어지면서 임금이 지연 지급되게 됐다”며 “임금을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제 날짜에 통장에 월급이 입금되지 않아 당황했을 것이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한편 노동청 관계자는 “월급이 제 날짜에 지급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43조 위반으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기관이 임금 체불을 하고 있다니 믿을 수 없다. 무언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현ㆍ박병국 기자/madpen@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