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이 통과하는 당산철교 부실공사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에서 설계ㆍ시공사가 70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은 설계회사에만 681억원의 책임을 물었으나 항소심에서 시공사는 물론 서울메트로의 과실도 모두 인정됐다.
서울고법 민사27부(조영철 부장판사)는 서울메트로가 당산철교 부실시공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설계회사인 한국철도기술공사와 시공업체인 남광토건 등 8개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당산철교의 안전성에 위험을 야기한 세로보 균열은 설계사와 공사도급계약에 따르지 않고 잘못된 설계도면을 그대로 따른 시공사 모두에 책임이 있다”며 “설계ㆍ시공사는 각각 연대보증한 회사들과 함께 33억800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어 “미국 산타페사 보고서 등에 따르면 당시 당산철교의 세로보 균열 결함이 다리를 철거하고 재시공할 정도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세로보 균열로 인한 보수ㆍ보강비용만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소송을 낸 서울메트로에 대해 “시공과정을 제대로 관리ㆍ감독하지 못했고 개통 3년 뒤에 사재절단사고까지 있었음에도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난 1992년 정기점검에 나서는 등 정기적인 안정점검 유지 보수활동을 게을리한 잘못이 있다”며 “서울메트로의 과실 등을 고려해 피고의 배상책임을 각각 전체의 4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당산철교는 지하철공사가 삼우기술단등과 설계용역 계약을, 남광토건과 시공계약을 각각 체결한 뒤 1984년 완공돼 지하철 2호선 통과철교로 개통됐다. 그러나 세로보 1900여곳에 균열이 발생하는 등 부실문제가 제기되면서 1996년 12월 지하철 운행을 중지하고 1997년부터 2년여간 재시공에 들어갔다.
1심은 당산철교의 설계회사인 삼우기술단에만 책임을 물어 철거ㆍ재시공 비용 및 운행수입 손해를 합한 681억원을 배상하라고 지난 2005년 판결했다.
한편, 남광토건 측은 항소심 판결에 대해 “1심 판결은 당시 삼우기술단 법인이 소멸되어 재판에 출석하지 않아서 민사소송법 제150조에 의하여 자백한 것으로 보고 원고가 주장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당시 재판부가 원고, 피고 어느 누구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사건으로, 항소심에서 1심을 번복해 시공사의 과실을 특별히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오연주 기자 @juhalo13>oh@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