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릴 것 대비 증액편성 요구
삭감 확정 예산 대체위해
다른 항목 부풀리기 구태도
국회 예산정책처 보고서 지적
정부는 ‘묻지마 식’으로 과다예산을 책정하고,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는 정부의 꼼수를 알고 정치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을 챙기는 구태가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뒷주머니를 챙겨서 국회의 민원을 들어주는 정부, ‘쪽지예산’이 탄로가 나니까 스마트폰 문자 메시지라는 신종 방식을 쓰는 국회의 행태가 오십보백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2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발행한 2012년 정부 예산 분석집에 따르면 정부 15개 부처ㆍ2개 위원회(금융위원회ㆍ공정거래위원회)가 예산정책처로부터 ‘묻지마식 과다편성’으로 지적받은 항목의 예산 총액은 21조698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적받은 항목의 올해 예산액이 16조4323억원임을 감안할 때 최소 5조원 가량이 불필요하게 증액이 됐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가 해당 항목의 예산 삭감을 예상해서 증액 편성하거나 일부 삭감이 기정사실화된 항목을 증액된 다른 항목에서 대체하기 위한 고질적 관행이 그대로 반복된 결과다.
부처별로 볼 때 기획재정부는 금년도 예비비 집행실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유없이 4000억원 씩이나 예비비를 증액했다. 올해 예비비는 2조4000억원이었으나 단 한푼도 쓰지 않았다.
지식경제부는 해외자원개발 관련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해외 희유금속자원탐사 평가사업에서 계획된 해외 공동연구에 대해 예산을 과다 계상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저소득층 에너지 효율 개선사업과 관련 지경부는 311억원을 편성했다. 하지만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처음 실시되는 이 사업에 대해 불분명한 현물 지원과 간접비 규모가 크다며 에너지 바우처 등 보다 직접적인 지원 프로그램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노령연금, 노인의료보장, 영유아 보육료 지원 등으로 예산액수 자체가 큰 보건복지부도 운영관련 비용이 과다 편성돼 삭감이 불가피하다. 기초노령연금 부문의 경우 연금이라는 특수성으로 3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편성됐지만 이중 사업 목적과 부합하지 않는 불필요한 전문가 채용 등에 소요되는 비용이 1412억이나 책정됐다.
국토해양부의 경우, 민자유치 건설보조금이 건설 1차 연도 사업비 수준에서 예산을 책정하지 않아 과도하게 토지매입비가 편성됐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90억원 수준의 건설보조금이 올해엔 3051억원으로 대폭 증액이 됐다. 올해 실질예산집행률도 45%에 불과했다.
이처럼 정부가 삭감을 예상하고 예산을 책정함에 따라 전체 예산 규모는 줄어들지 않는 대신, 불요불급한 정권실세들의 민원성 사업의 국민혈세가 전용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이번 국회에서도 8조원 이상의 민원성 예산이 늘어났다.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예산을 과다책정한 정부나, 그 예산을 민원사업에 쓰는 국회 모두 국민혈세를 나눠먹기식으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