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열망을 품은 도전 (32)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진후 형! 형은 상금 타면 반반씩 나누는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뭐? 아예 주인공으로 나서려고요?”
“그건 서울에 있을 때 생각이지.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나? 마음도 마찬가지야. 살아서 움직여.”
“난 그렇게 못해요. 미쳤어? 경기 중에 내가 요절나게? 아무리 억지로 꾸민 스토리라고 하지만 그건 말도 안돼요.”
유호성은 상체를 발딱 일으켜 세우며 대들 것처럼 말했다. 하지만 거기까지! 더 이상 전진후를 다그칠 수 없었다. 왜냐고? 전진후의 검은 콧수염이 움찔거리는가 싶더니 그의 눈알이 독사대가리처럼 삼각형으로 변하고 구둣솔만큼이나 시커먼 턱수염이 삐죽 삐죽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기껏 학원에서 배운 운전솜씨로 뭘 하겠다고… 당신이 랠리를 알아?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경기란 걸 아냐고? 내가 거들지 않으면 당신은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요절 나. 진짜로 요절이 난단 말일세.”
“학원? 그래 봬도 일본에서 제일가는…”
“시끄러워, 이 애송이야. 잔말 말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 그래야 나도 얼굴 좀 팔지. 어쨌거나 당신은 신성일이고 나는 트위스트 김이야. 요절이 나든 박살이 나든 주인공은 당신이라고.”
“아, 알았으니까 주먹은 풀고 얘기합시다.”
“상금 나눠 갖는 걸로 만족하라고? 3등 안에 들어야 돈푼이나 만져보지 꼴찌 근처에서 빌빌대면 껌 사먹을 돈도 안 나와. 미쳤나? 내가 풍선껌 하나 얻어먹으려고 여기까지 따라와서 지랄을 떨게?”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아니, 이치에 맞고 아니고를 따지기 전에 전진후의 불끈 움켜 쥔 주먹이 무서워서라도 더 이상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알았수, 형! 형 맘대로 하세요. 내 팔자도 더럽지. 아버지에게 목줄 잡혀 지내다가 겨우 탈출했나 싶었더니…” “허허, 그래. 잘 생각했네. 그게 상생이라는 거야. 서로 잘 살아보자는 뜻이지. 이번 기회에 나도 세상 사람들에게 얼굴 좀 알리자고. 서울에 가면 지나가는 여자들이 날 보고 오줌을 질금거리게 해달란 말이야.”
“알았어요, 알았다고!”
인심 쓰듯이 대답했지만 유호성의 등판으로는 식은땀이 후줄근하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비록 랠리에는 처음 출전하지만 그도 랠리의 속성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랠리경기에 출전하면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는 한 몸이 되어야만 한다. 혼연일체… 더불어 정신까지도 하나가 되어야만 한다는 뜻이다.
“한 사람이 죽자고 덤비면 같이 죽어야지. 그래야 진정한 멤버 아닌가.”
전진후는 너털웃음을 웃으며 유호성의 뒤통수를 쓰다듬었다. 같이 죽자고? 무서운 말이었다. 하긴… 경력으로 보나 인상으로 보나 전진후는 한다면 할 인간이었다. 만약에 유호성이 가자미처럼 슬슬 눈치나 보며 제 잇속을 챙기려 한다면 랠리경기 중에 정말로 차를 뒤집어버릴 지도 모를만한 사람이었다.
“자, 그러면 촬영중계 예행연습이나 합시다. 호성씨! 헬멧에 카메라 좀 장착해요. 나는 운전석 밖에서 호성 씨를 비출 외부카메라를 설치할 테니까. 이봐! 특별지원 팀원들 어디 있어? 모두 집합!”
슬쩍 운만 띄워도 호떡집에 불이 날판인데 집합명령이 내려졌으니 오죽할까. 전진후의 집합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숙소 밖 공터에는 특별지원 팀원을 비롯하여 행정 전담요원, 마케팅 전담요원, 기술요원, 총무요원 들이 벌떼처럼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랠리준비가 시작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유호성의 표정은 여전히 벌레 씹은 모양으로 구겨져 있을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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