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출성형기 국내 1위 상장사 우진플라임
13년간 2727억원 공장·설비 투자 지속
“제조업은 선투자후 몇 년 뒤 성과 기대”
“업종마다 사업 구조와 투자 방식이 다른데 시가총액이라는 동일한 잣대로 상장폐지를 판단하다니요. 제조업은 기술 투자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습니다. 시총만 보는 게 아니라, 연구개발 투자금 등도 같이 고려해야죠.”
플라스틱 제품 생산에 쓰이는 사출성형기를 만드는 상장사 우진플라임. 1985년 설립돼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뒤 2006년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하며 성공 신화를 썼다. 국내 최대 규모의 사출성형기 전문 제조기업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지난해 해외 매출 비중도 32.9%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2116억원. 하지만 이 상장사는 지금 상폐 위기에 직면했다. ‘시총 500억원’ 잣대에 미달한 탓이다. 임직원 575명에 연매출 2000억원대 국내 1위 기업이 시총 500억원이 안 된다는 이유로 상폐 위기에 직면하게 되는 현실이다.
김익환 우진플라임 대표는 최근 충북 보은 본사에서 헤럴드경제와 만나 시총 기준 강화에 따른 상폐 우려를 토로했다. 우진플라임의 현재 시총은 300억원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상장을 유지하려면 내년 7월부턴 시총 500억원을 넘겨야 한다.
김 대표는 시총 규모 하나만으론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진플라임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13년간 공장과 설비 등에 2727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5년간 투자액만 725억원이다. 김 대표는 “제조업은 공장과 기술에 먼저 투자하고 성과는 몇 년 뒤에 나타나는 구조”라며 “하루하루 바뀌는 주가만으로 오랜 기간 쌓아온 기술과 고객 기반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는 당장 수익성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29억원, 영업이익률은 1.4%였다.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913억원, 영업손실 33억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보은으로 이전한 이후 13년 동안 연간 100억~150억원 수준의 감가상각이 이어졌다”며 “오스트리아 연구소에도 지난해 75억원 넘는 비용이 들어갔다. 장기 투자가 아직 시장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기술을 축적하고 시설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외부에 회사를 알리고 시총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는 충분히 신경 쓰지 못했다”며 “회사가 충분한 수익성과 자본효율을 보여주지 못한 책임도 있다. 이익률과 현금흐름을 높이고 그 결과를 숫자로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우진플라임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였다.
우진플라임은 이날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고 2028년까지 ROE를 지난해 2.1%에서 8.5%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0.35배에서 1배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향후 3년간 주당 50원 이상을 배당하고 발행주식의 2% 이상인 자사주 40만주 이상을 매입·소각한다.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합쳐 20억원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한다. 시총 약 380억원 기준 총주주환원율은 5.2% 이상이다.
김 대표는 “자사주 매입·소각과 직원 처우 개선 등을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었다”며 “상장유지 시총 기준이 내년 7월부터 강화되면서 계획을 약 1년 앞당겼다”고 말했다. 우진플라임은 2분기 매출 558억원, 영업이익 8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돌아섰다.
흑자를 기록 중인 유망 기업이지만 상폐 위기에 놓인 상장사, 비단 우진플라임 만의 상황은 아니다. 1일 기준 시총이 500억원에 못 미치면서 최근 4개 분기 누적 매출액이 1000억원 이상이고 영업이익이 100억원을 넘는 코스피 상장사는 7곳에 달한다.
케이비아이동국실업의 경우 매출액 8441억원, 영업이익 184억원을 기록했지만 시총은 480억원대다. 코스닥에서도 시총이 내년 7월 적용될 기준인 300억원에 못 미치면서 같은 매출·영업이익 조건을 충족한 기업이 4곳으로 집계됐다.
시총이나 주가가 낮아 관리종목으로 지정됐지만 재무·영업 상태가 양호한 기업도 있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코스닥 관리종목 59곳 가운데 52곳은 자본잠식이 없었다. 이 가운데 매출이 늘고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이 모두 흑자인 기업은 11곳이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폐 요건 중 하나로 시총을 고려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개정이 지나치게 급격하게 추진되는 것은 주가가 항상 기업의 내재가치를 안정적으로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점을 간과한 조치일 수 있다”고 했다. 보은=송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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