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남아서 기부하는 게 아니라 기부하고 남은 돈 절약해서 살아요”…‘기부=행복’등식 자리잡아

“더 가난한 친구 도와주세요”

놀이동산 포기한 결식아동들

돌잡이로 실도 돈도 아닌

기부증서 집어든 돌쟁이

암 완치후 덤 인생 이웃에 바치고

“나누는 삶, 정말 좋다”

기부 형태도 갈수록 진화

카드 포인트로 복지혜택 제공

SNS 댓글·RT당 성금 적립도

99%를 향한 99%의 온정이 뜨겁다. 99%와 더불어 살아가려는 1%의 기부도 조금씩 진화하고 있다. 자신도 어려우면서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소득수준 99%’의 기부는 100%를 행복에 젖게 했다. 2011년 대한민국에는 ‘기부=행복’이라는 등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도움받아야 할 해남 땅끝마을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4㎞ 통학길을 버스 타지 않고 걸어다니며 모은 돈을 선뜻 놓았다. 돼지저금통에는 동전 2058개와 천원짜리 21장에 사용하지 않은 70원짜리 버스표까지 들어있었다.

▶결식아동, 장애인의 기부=결식의 지난날을 보냈던 안양 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은 몇 년 만에 놀이동산 가려던 계획을 접고 “나보다 더 가난한 친구를도와달라’면서 기부 행렬에 가담했다.

여수시 주민생활지원과 공무원과 대전광역시 서구청 일자리창출추진단 직원은 상금을 통째로 기부했고, 무안 삼향면 지산리의 김대식 할아버지는 버려진 농약병을 수거해 만든 30만원으로 이웃의 어려움을 보듬었다. 천안의 어르신 3만명은 몇 푼 안되는 농사 수익금과 어렵게 받은 자식의 용돈을 쪼개 2200만원을 모았다.

해외 건설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근로자 서근원 씨 유족이 사망보험금 2억2000만원을 기부한 사연과 대전 대덕구 정신보건센터 장애인이 풍선아트를 배워 전시회 수익금 전액을 “우리보다 더 불쌍한 사람에게 써달라”며 기탁한 일은 감동을 너머 뜨거운 눈물로 우리 앞에 다가왔다.

▶사람보다 나은 말(馬)=경주마 ‘백광’이 치명적 질환을 앓다 2년 전 기적적으로 회복된 후 획득한 상금 4000만원을 기부해 ‘사람보다 나은 말’이라는 칭찬을 들은 일, 첫 돌을 맞은 김천의 송이가 돌상에서 숱한 ‘출세’의 징표를 제치고 엄마가 마련한 기부증서 ‘노란나비 리본’을 집어든 일, 그룹사운드에서 래퍼로 일하는 대학생 김현우 씨의 소외층 흥돋우기 재능나눔 행보는 온 국민을 미소짓게 한다.

일반적으로 행복을 느낄 만한 일은 나의 노력과 자세, 아름답고 감동적인 대상물의 존재, 남들의 지원, 적절한 환경과 여건의 조성 등 여러 조건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노력만으로 이룰 수 있는 유일한 행복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부와 나눔이다. 아무런 조건이 필요없다.

▶온가족이 기부천사=여수에서 ‘자산어보횟집’을 운영하는 김경수(49) 대표가 힘들었던 지난 세월, 이른바 세속적 행복을 느낄 일은 20대까지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요리사를 하던 20대 후반부터 남을 도우면서 행복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그는 부인과 함께 지역의 복지관을 찾아다니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면서 ‘재물은 갖는 것으로 행복한 것이 아니라 나눠줄 때 비로소 행복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0만원, 지역 복지원 두 곳에 총 70만원을 매달 기부하고 있다.

김 대표는 “돈 쓰고 남아서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하고 나서 생필품을 재래시장에서 싸게 구입, 절약해서 쓴다”면서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며, 행복의 조건은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아들 현우(23) 씨는 래퍼로서 재능 기부와 용돈의 10% 현금 기부를 병행한다. 복지관의 청소년에게는 아이돌 그룹 부럽지 않은 인기스타다.

김 대표의 딸 미란(21) 씨도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한 기부 및 구호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녀도 용돈 10% 이상 기부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얼굴없는 천사=최근 1억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아너스클럽’에 가입한 중앙금속 정영건 대표의 ‘행복한 기부’는 10년 전, ‘생존기간 6개월’이라는 간암 판정을 받은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는 생사의 문턱에서 삶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새 삶의 의지를 다진 끝에 기적적으로 왼치됐다. 이후 그는 ‘덤으로 사는 삶’을 이웃에 바쳤다. 불우한 이웃을 틈틈이 찾아다니고 지인에게는 “나눔, 정말 좋다”고 자랑하고 다닌다고 한다. 기업체 상속은 그에게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전북 노송동 주민센터에 ‘결식아동에게 주고 싶습니다’는 편지와 함께 배달된 ‘얼굴없는 천사’의 통장 2개와 8000만원이 든 사과상자는 온국민의 마음을 포근하게 한 행복상자였다. 알뜰하게 예식을 치르고 남은 비용을 기부한 천영호-이경은 부부의 ‘나눔 결혼식’은 온 국민의 축복을 받았다.

“나 손중기는 내 모든 것을 행복하게 기부합니다. 다 돌려주고 나니 편안합니다”라는 유언과 4000여만원을 남기고 중환자실에서 세상을 떠난 손 할아버지의 임종은 감동이었다.

▶진화하는 기부= ‘사람보다 나은 말’ 백광(마주 이수홍)은 최근 은퇴했지만, 그에게서 도움받은 불우이웃에게는 영원히 살아있는 우상이다. 마주 이수홍(80) 씨는 2005년 대뷔해 3년간 승승장구하던 백광이 불의의 병을 얻었다가 30개월 만에 재활에 성공해 2009년 장거리 경주에서 우승하고 대통령배대상경주에서 준우승하자, 그 해 받은 상금 8000만원 중 절반을 “장애우를 위해 써달라”며 백광의 이름으로 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기부의 양태는 진화하고 있다. 광주 남구청은 소비활동에서 발생한 카드포인트를 모아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아름다운 포인트 기부사업’을 시작했다.

삼성그룹 28개 전 계열사는 임직원이 갖고 있는 재능을 이를 필요로 하는 일반인과 나누는 재능나눔 행사인 ‘기프트 포 유(Gift For You)’ 캠페인을 올 연말까지 실시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이룩한 노사평화를 사회공헌으로 이어갔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40억원을 마련해 불우이웃 돕기에 나섰다.

▶스마트 시대, ‘소셜 기부’도 한몫=SK텔레콤은 SNS를 통한 소셜펀딩의 1인자답게 ‘행복한 소셜기부’라는 이름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달 안타까운 사연을 지닌 이웃 1명을 자사 트위터,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SNS 채널에 소개하고 응원 댓글이나 리트윗(RT) 1개당 500원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다.

LG이노텍은 다문화가정 자녀 지원 프로그램이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자금지원 등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아예 멘토를 붙여줬다.

CJ나눔재단은 ‘CJ 도너스캠프’를 통해 공부방 어린이에 대한 격려 댓글을 홈페이지에 남기면 댓글 10개가 됐을 때 회사에서 지역공부방 어린이 문화체험의 기회와 매칭 형태로 지원금도 제공한다.

함영훈 선임기자/abc@herald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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