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2회> 열망을 품은 도전 25

몬테카를로 랠리가 시작되려면 아직도 두 달을 기다려야만 했다. 더구나 한승우 실장과 단둘이 발랑스 지역으로 떠나온 후로부터 유한솜은 마치 신혼여행을 나선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니 이 황홀감을 어찌 표현해야 좋을까. 유한솜은 앞으로 남은 두 달 동안 그야말로 주야장천 허니문이 될 것이란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문제는 조 차장이었다. 그는 특명을 받은 암행어사였으므로 한승우와 유한솜의 일거수 일투족을 낱낱이 감시하고 기록한 뒤에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었다. 상부란? 다름 아닌 신희영이었다. 그는 턱없이 비싼 요금인 줄 뻔히 알면서도 국제 간 통화가 이뤄지는 로밍전화로 시시때때 직통전화를 날리곤 했다는 말이다.

“회장님? 지금 숙소를 정했습니다. 물론 방 두 개짜리를 얻었고요. 방과 방 사이에 너비 2m쯤 되는 복도가 있습니다. 따님과 한 실장은 각 방에서 따로 자고, 저는 오늘 밤 그 사이에 낀 복도에서 취침할 예정입니다. 네, 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원래 잠귀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밝으니까요. 파리가 얼굴 비비는 소리에도 눈을 반짝 뜬다니까요?”

환장할 노릇이었다. 신희영은 이번 기회에 조 차장을 철저한 감시꾼으로 임명한 모양이었다. 무릇 덜 떨어진 인간일수록 팔뚝에 완장을 차고 나면 기고만장하는 법. 왕 회장 신희영의 특명을 받은 조 차장은 심지어 용변도 참아가며 둘 사이를 감시하는 일에 충성을 다하고 있었던 것이다.

“조 차장님, 우리 일에 간섭하지 마시고, 랠리 서비스 파크에 가서 우리 오빠 근황이나 알아오세요.”

답답함을 견디다 못한 유한솜이 그를 따돌리려고 하면 그는 즉시, “여보세요, 회장님? 지금 한솜 양이 저에게 서비스 파크에 다녀오라는데 잠시 자리 좀 비워도 될까요?”하고 로밍전화로 결재를 올리곤 했던 것이다.

“무슨 소리예요? 내가 뭐라고 했어요? 둘 사이에 그림자처럼 붙어 있으라고 했지요? 젊은 남녀 간에는 3분이면 사고가 터진다는 걸 몰라서 그런 말을 해요? 잽싼 놈은 3분도 안 걸려요. 생각해 보라고. 옷 벗는데 10초! 그다음엔 ‘뻔할 뻔’자 아니에요?”

신희영의 앙칼진 목소리는 전화기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확실히 들릴 정도로 그 톤이 높고 발음이 명확했다. 그러니 유한솜과 한승우로서도 더는 조 차장을 탓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다.

‘이거야 원, 견우직녀도 아니고 빤히 눈앞에 마주보면서도 손 한 번 제대로 잡을 수 없으니….’

속은 탔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잡았다고 하던가? 신희영은 천리 밖에 떨어져 있었지만 한승우와 유한솜 사이를 철저히 이간시키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녀도 얼빵한 조 차장에게 중책을 맡겨놓은 뒤론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하지만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누드 골프의 진수를 맛보고자 하는 그녀로서는 최선책이었다. 불과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급격히 기온이 떨어져서 더는 누드 골프를 즐길 수 없게 될 터이니 그동안만이라도 조 차장이여, 분골쇄신 충성하기를….

“한솜아, 조 차장에게 몰래 설사약을 먹일까? 그 화상은 어째서 변소도 안 가지?”

“설사는 뒤처리가 빠르잖아요. 차라리 변비약을 먹이는 게 좋을 걸요? 그래야 화장실에 가서 끙끙대는 동안….”

“맞아. 그런데 불어로 된 변비약 이름을 모르잖아?”

“그것도 문제네요. 이 동네에선 왜 영어를 안 쓸까?”

유한솜과 한승우는 그렇게 투덜대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분위기는 허니문인데 실상은 견우직녀 신세였으니 속세의 유혹을 참아낸 고승의 몸에서처럼 사리라도 한 움큼 생겨날 판이었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특명을 받고 완장을 찬 조 차장은 이번 일을 잘 처리해 승진이라도 할 요량인지 더욱더 눈에 불을 켜고 그들을 감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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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e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