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8>열망을 품은 도전 (21)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평상심이란 무엇일까? 바로 있는 그 자체 그대로를 바라보는 것이 평상심 아니겠는가. 의심의 여지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기… 강준호는 그런 생각을 하며 라운드를 하고 있었다. 프랑스 여인의 아름다운 나체는 가급적 바라보지 않기. 그래도 아랫도리에 반응이 오면 신희영의 한심한 나체를 유심히 바라보기… 그래야 평상심으로 영점을 조정할 수 있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운이 없어요. 핀을 향해 아주 멋지게 날아왔는데…”

신희영이 난감하다는 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날린 공은 핀에서 불과 7~8미터 거리에 멈춰 있었으니 결코 난감하거나 애석해 할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말로 난감한 경우는 그린 위에 떨어진 그 공을 처리하는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할 수 있었다. 왜냐고? 그걸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난감하지, 난감해…’

사실… 난감했다. 그린 위에 멈춘 공은 뒷사람을 배려해서 마킹하고 공을 들어내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나체 상태로 쪼그려 앉아 공을 들어내거나 마킹하기란 여간 꼴사납지 않았다. 기껏 궁리한 자세가 마치 밀레의 그림 ‘이삭 줍는 여인들’ 처럼 허리를 90도 각도로 굽히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나마 거기까지는 좋았다. 퍼팅을 성공시키려면 엎드린 듯이 쪼그려 앉아 퍼팅라인을 읽어야만 하는데, 아무리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고 할지라도 속옷 한 장 걸치지 않은 상태로 쪼그려 앉아 퍼팅라인을 보기란… 에이그!

“신 여사님, 여기서는 경이로운 퍼팅을 할 수밖에 없겠어요.”

“경이로운 퍼팅요?”

“쪼그려서 퍼팅라인을 읽지 않고, 오로지 똑바로 서서 감각으로 넣는 퍼팅!”

“아, 무슨 뜻인지 알겠다. 그래요, 아무리 깡이 좋아도 홀랑 벗고 쪼그려 앉을 수는 없지요. 하긴 누드로 스윙을 했다는 자체만으로도 벅차요.”

“그러려면 ‘아널드 파머’나 ‘존 델리’ 식 퍼팅을 해야만 할 겁니다.”

“그게 어떤 방식인데요?”

어느새 누드차림이 자연스러워 진 것일까? 아니면 깡? 강준호와 신희영은 그린 위에서 나체로 팔짱을 낀 채 소곤거리기 시작했다.

강준호가 말하는 ‘아널드 파머’, 혹은 ‘존 델리’식 퍼팅이란 임팩트 순간 퍼터가 손목보다 앞으로 나가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골프연습장의 티칭프로들이 그 모습을 보면 손을 휘휘 내저을 만한 어처구니없는 방식, 이를테면 ‘100돌이’들이 구사하는 자 치기 식 퍼팅방법이라고나 할까?

“퍼팅할 때 시간을 오래 끌지도 말고, 손목을 가볍게 툭 내미는 방식으로 치는 겁니다. ‘보비 로크’가 이 방법으로 한때 날렸지요. 이렇게 말입니다… 퍼터를 뒤로 들어 올릴 때 손목을 약간 굽히고…”

“퍼팅할 때는 손목을 쓰지 말라고 하던데요?”

“그건 라이를 정확히 읽었을 때이고요… 지금처럼 쪼그려 앉을 수 없을 경우엔 눈과 공, 그리고 홀을 삼각형으로 이어서 본 후에 감각적으로 툭! 치란 말입니다.”

“손목은?”

“스냅을 약간 주고… 이를테면 잔디의 저항을 무시하고 때려주라는 거지요.”

“무려 8미터나 되는 거리를요? 오로지 스냅의 힘으로?”

“싫으면 프랑스 남자 면상 앞에 쪼그려 앉아서 퍼팅라인을 읽으시던지…”

신희영은 잠시 망설이는 것 같더니 손목 스냅을 이용해서 툭! 공을 밀어 퍼팅했다. 그러자 그 볼은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처럼 구르더니 홀로 정확히 굴러 떨어졌다. 죽으려는 자는 산다고 했던가? 알몸으로 쪼그려 앉지 않으려고 이를 앙 다문 결과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