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9>열망을 품은 도전 (22)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사람의 감정이란 참 이상도 하지. 남녀가 함께 지내는 동안 숱하게 스쳐 지나갔던 아름다운 기억의 장면이 어찌 없었을까? 하지만 아름다운 기억은 햇볕에 증발해버리는 아침안개처럼 홀연히 사라지기 일쑤였다. 반면에… 꼴 보기 싫고, 원망스럽고, 지겨웠던 기억은 무시로 되살아나곤 했던 것이다.
‘여자가 말이야… 또박또박 예쁘게 좀 치면 어디가 덧나? 힘 좋은 목욕탕 때밀이처럼 생겨가지고… 저 꼴이 뭐야?’
신희영이 있는 힘껏 공을 날리고 세리머니를 벌일 때면 강준호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이렇게 투덜투덜 혼잣말을 내뱉곤 했던 것이다. 바로 30분 전에만 해도 그는 신희영의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 틈으로 묻어나는 수줍음을 발견하고는, 아! 역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구나… 하며 감탄하지 않았던가. 아직 탄력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젖가슴의 윤곽이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모습을 보며 이제 막 봉우리를 터뜨리는 목련을 연상하지 않았던가.
모르긴 해도 강준호의 입맛이 싹 바뀐 시점은 비너스 조각상과 흡사한 프랑스 여인의 몸매를 보고 난 이후부터였을 것이다.
‘저 모습 좀 봐, 어쩜 저리도 우아하게 퍼팅라인을 읽을까?’
사람이 예뻐 보이면 방귀마저 향기롭게 느껴지는 법. 함께 라운드 하는 프랑스 여인이 그린 위에 쪼그려 앉아 퍼팅라인을 읽는 모습에 강준호는 그만 감탄을 연발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신희영과는 너무나 달랐다. 선녀와 때밀이 노파? 겉모습은 그렇다 치고, 하는 짓이 어쩜 그리도 다르냐는 말이었다.
한쪽 무릎을 굽히고 나머지 무릎은 세운 채로, 몸을 45도로 비스듬히 돌려 앉으며 상체를 굽히면… 강준호는 문득 호흡곤란이 생겨나곤 했던 것이다. 세워진 무릎에 곱게 받쳐진 한쪽 젖가슴이 하늘을 우러르는 연꽃과 같았다면 원추형으로 매달린 나머지 젖가슴은 고개 숙인 한 떨기 목련과 다름없었다. 모르긴 해도 천재 화가 피카소가 화폭 위의 여체를 반으로 나누어 한쪽 젖가슴은 둥글게, 나머지 젖가슴은 원추형으로 그려낸 이유를 이제야 알만도 했다.
“뷰티풀! 브레드리스… 마담!”
그는 자기도 모르게 이렇게 감탄사를 연발했다. 아니지, 숨을 쉴 수 없다고 했으니 어쩌면 구조요청을 한 것이겠지.
아! 좀 더 깊은 곳을 보자… 체면 불구하고 눈길을 두 다리 사이로 모아 보지만 웬걸, 비스듬히 요령껏 돌려 앉은 그녀의 자태는 완벽하게 그의 시선을 막아내고 있었다. 적절한 프로포션, 황금비율… 가느다란 몸매지만 엉덩이를 타고 흐르는 근육은 싱싱했다. 공처럼 둥글게 말려진 여자의 몸도 저토록 아름답게 연출되어질 수 있는 것이로구나.
“나이스 인!”
“메르씨!”
불어를 모르니 ‘나이스 인!’ 외에 무슨 찬사를 들려줄 수 있을까? 프랑스 여인이 퍼트한 공은 잠시 전에 우아한 자태로 엎드려 읽어낸 퍼팅라인을 따라 천천히, 그러나 힘차게 뻗어가더니 홀 속으로 딸랑 모습을 감추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런 상황이 6홀에 걸쳐 이어지면서 강준호는 혼란스러움을 느껴야만 했다. 벗은 몸으로 향기를 뿜어내는 여인과, 고고한 척 하는 때밀이 여인과의 사이에서 불현듯 느껴지는 혼란스러움이란 과연 무엇일까? 왜 어떤 여인을 보면 파계를 감지한 성직자와도 같은 심정에 가슴을 떨어야 하고, 어째서… 어떤 여인 앞에서는 공연히 부아가 치밀고 성질이 돋구어지는 것일까? “우와! 강 프로님! 이번 드라이버 샷은 빨래줄 예요. 나이스 샷 좀 외쳐줘요.”
강준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희영은 6홀 마지막 티샷을 날린 후에 투포환 선수처럼 몸을 빙글빙글 돌리며 오두방정을 떨었다. 하긴 그런 모습이 예전엔 멋져 보이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단지 옷 한 장을 벗어던졌을 뿐인데 치부를 드러내는 중이라고 여겨질 따름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추임새를 넣어야 했다.
“나이스 샷… 염병!”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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