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6회> 열망을 품은 도전 19
내가 꽃으로 피어나면 상대방도 역시 꽃으로 다가오는 것일까? 아직도 벗은 몸이 낯부끄러워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하고 있는 동안 저 멀리에서 젊은 프랑스인 부부가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봉쥬르 마담! 봉쥬르 무슈!”
봉쥬르! 이 말은 고등학생 때 배운 프랑스 아침인사 아니던가? 우리말로 치자면 안녕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았으니 뭐라고, 아무런 대답이라도 해야 마땅했다. 하지만 신희영은 돌부처와도 같이 딱딱하게 굳은 모습으로 꼼짝 않고 서있을 뿐이었다. 물론 입에도 지퍼를 채운 상태였다.
“굿모닝! 웨어 두 유 컴 푸롬?”
불어 인사가 통하지 않자 상대방은 즉시 영어로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그럴수록 신희영은 점점 더 꿀 먹은 귀신으로 변해갈 따름이었다. 아무리 영어나 불어에 까막눈이라 해도 아침인사 정도야 못 알아들을까. 까짓 보디랭귀지로 때운다한들 또 어쩔 것인가. 하지만 문제는 알고 모르고의 차원이 아니라는 데 있었다.
“신 여사. 고개를 들어요. 그리고 방긋 웃으세요. 함께 라운드할 분들인데 인사 정도는 나눠야지요.”
강준호가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러니 어쩔 것인가. 은단 집어먹은 암탉처럼 몸을 비비꼬며 대꾸한다는 것이 그만….
“파이팅! 마담!”
직역하면 한 판 떠보자는 말이었으니 프랑스인 부부도 머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태도는 유연했다.
“재패니즈? 코리안? 프롬 차이나?”
“아! 모닝 캄!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외국인끼리 처음 만나 이 정도로 수인사가 이루어졌다면 그 다음부터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해지게 마련이다. 이를테면 대화는 하되 문장이 아닌 외마디 단어로만 서로의 감정을 표현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말이다.
“굿!”
“오케이, 파이팅!”
이런 해괴한 수인사가 끝난 뒤에야 신희영은 가까스로 눈을 뜨고 상대방을 훔쳐볼 수 있었다. 그녀의 눈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프랑스인 남녀의 알몸이 드러나 있었다. 남자는 알몸에 검은 골프화를 신고 있었는데 목에는 점잖게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자는?
“저걸 어째? 젖꼭지에 앙증맞게 리본을 맸어요.”
신희영과 강준호는 멍하니 서서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이를테면 문화적인 충격에 의해 잠시 동안의 패닉상태를 겪는 것과도 같았다. 알몸에 치장한 나비넥타이와 리본…골프장에 대한 예의일까? 혹은 낭만주의자임을 드러내는 최소한의 상징물?
어쨌거나 라운드는 시작되었다. 이미 온 몸의 감각은 어린아이처럼 살아난 상태였건만, 그래서 공도 잘 칠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지만, 아! 이걸 어쩌나…눈이 간신이었다. 신희영과 강준호의 눈을 통해 보이는 프랑스인 부부의 알몸이 너무나도 아름다웠던 것이다. 남자의 몸이 다비드 조각상을 그대로 빼어닮았다면 여자의 몸은 어김없는 비너스 조각상이었다. 그 한 쌍의 조각상 위로 이제 막 싱그럽게 떠오른 아침햇살이 내려 쪼이고 있었으니…그들이 서 있는 곳이 바로 무릉도원이요, 젖과 꿀이 흐르는 낙원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멘!”
엉겁결에 드라이버를 날리고 난 직후, 강준호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굿샷을 날린 세리머니라고? 천만의 말씀, 그의 두 손은 사타구니를 힘껏 내리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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