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9회> 열망을 품은 도전 12
서로 머무는 지역은 달랐어도 그날 밤, 두 모녀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거사를 앞둔 혁명가가 D-Day에 앞서 마음을 정갈히 하듯 두 모녀는 나름대로의 피크타임을 위해 몸을 정갈히 하기 시작했다는 말이다.
“천 부장! 다운타운에 가서 마스크팩 몇 개 하고 보디오일 좀 큰 걸로 구해와요. 보습 잘 되는 제품으로 말예요.”
이건 누드골프에 앞서 온몸의 껍데기를 벗겨내서라도 피부를 업그레이드시키겠노라고 결심한 신희영의 명령이었고,
“조 차장님, 밤에 모르는 길을 나서기 겁나서 그러거든요? 미안하지만 근처 마켓에 가서 에비앙 아쿠아 스프레이 하나만 사주실래요? 화장한 얼굴에 아쿠아 스프레이를 살짝 뿌려줘야 피부에 탄력이 생기거든요?”
이건 한승우 실장과의 심야면담 내지는 합방을 꿈꾸고 있는 유한솜이 부탁을 빙자하여 조 차장에게 하달하는 명령이었다.
천 부장은 그녀의 명령에 따라 지체없이 차를 몰고 밤길을 달려 나갔다. 곧 다림질이라도 해야 할 만큼 늘어진 피부에 어째서 그런 비싼 화장품을 바르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묵묵히 밤길을 달려야만 했다.
‘아니, 저게 뭘까?’
초행길이라 어리버리하다가 그는 자칫 실수로 고속도로를 탄 모양이었다. 니스에서 칸 방면으로 달리다가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보이기에 무조건 핸들을 꺾었더니 웬걸, 화려한 관광지가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관광지로 들어서는 입구부터 옛 모습이 고색창연하게 드러나는 것이 예사로워 보이질 않았던 것이다.
천 부장은 인상파 화가 마티스가 여생을 보냈다는 그 유명한 ‘생 폴 드방스’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생 폴 드방스의 아름다운 풍경은 세잔의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데, 낮이면 강렬하게 떠오르는 태양빛을 받아 짙은 녹음의 숲과 자그마한 언덕이 화르르 살아나는 그런 곳이었다.
‘저런! 엄청나게 멋진 호텔도 있네….’
소규모이긴 하지만 아담한 풀장을 가운데에 품고 있는 그 호텔은 프로방스의 멋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 호텔을 본 순간 천 부장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이거 야단났군. 야단났어.’
그는 마른 침을 삼키며 가슴을 한껏 쓸어내렸다. 자기가 서울에서 인터넷을 통해 대충 예약한 호텔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였기 때문이었다. 만약 이토록 격조 높은 호텔이 지척에 있다는 걸 신희영이 알게 되는 날엔 엉덩이가 헤지도록 물볼기를 맞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했다. 신희영은 내일 아침 골프장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었으므로 어쩌면 이 고속도로를 지나가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곰곰이 궁리하던 천 부장은 그녀가 주문한 마스크팩과 보디오일 외에 안약을 추가로 구입하고야 말았다. 어차피 케이스와 설명서엔 불어로 씌어있을 터이니 알 게 뭐냐. 그는 눈에 넣으면 시야가 흐릿해져 보이는 각막치료용 연고를 하나 더 구입해서 그녀에게 안길 요량이었다. 까짓, 눈이 예뻐지는 미용안약을 사왔다고 하면 대뜸 눈에 넣어버리겠지. 천 부장은 그 안약의 약효가 서너 시간 동안 지속되길 바랄 뿐이었다. 신희영이 비행기에 오를 때까지만이라도….
그런가 하면 조 차장은 유한솜의 말을 건성으로 들은 덕에 ‘아쿠아’란 생소한 단어를 잊어버리고야 말았다. 이미 마트에 도착했건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그 해괴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으니 이걸 어쩌나.
‘에라, 아무러면 어때? 스프레이면 되지.’
그는 포장이 그럴싸해 보이는 스프레이 화장품 하나를 집어 들고 계산을 치렀다. 말이 통해야 뭐라고 물어보기나 하련만…. 하지만 조 차장이 고심 끝에 선택한 스프레이는 모기 퇴치용 제품이었다. 남부 프랑스의 여름이 오죽 습하고 무더운가. 그런 기후에 모기가 극성을 부릴 것은 뻔할 터. 하지만 포장이 너무 예뻤던 게 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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