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2회> 열망을 품은 도전 5
지난 2011년 1월 22일, 토요일을 맞은 모나코 항구 일대는 아마도 열병환자의 가슴 속처럼 펄펄 끓고 있었을 것이다. 희열에 가득 찬 열기, 아쉬움에 가득 찬 열기, 축제의 마감을 알리는 폭죽과 불꽃에서 쏟아지는 열기…. 개최 100주년을 맞은 2011년 몬테카를로 랠리에서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었던 브리앙 부피에가 새로운 우승자로서 자신의 이름을 새긴 날이기 때문이었다.
총 121대의 머신이 위용을 뽐내며 출전했으나 막상 골인 지점에 도착한 차량은 66대에 불과했다. 랠리 중반까지는 푸조 207 S2000을 몰고 달린 유호 한니넨과 피터 솔버그가 선두를 다투고 있었다. 그러나 제7구간인 SS7과 제8구간인 SS8에서 폭설이 내리기 시작하자 그들은 뒤로 처지기 시작했다. 그때 두각을 나타내며 앞으로 치고 나온 선수가 푸조를 모는 브리앙 부피에 선수였다는 말이다.
다른 선수는 눈길에 저항하기 위해 스터드 타이어를 장착했지만 브리앙 부피에는 목숨을 담보하고 스터드가 박히지 않은 윈터 타이어로 SS7 구간을 달린 결과였다. 이를테면 브리앙 부피에는 이순신 장군의 신념대로 경기를 이끈 셈이었다.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차라리 눈길에 미끄러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징이 박히지 않은 타이어로 벼랑을 달리는 용기….
“정말 용기만으로 우승할 수 있었을까요? 푸조 207 S2000에 대한 믿음 때문에 그런 용기가 생겨난 것은 아닐까요?”
김지선이 이렇게 말하자 권도일은 조용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들 역시 호크아이팀의 대부대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발랑스에 도착한 직후였다. 하지만 그들은 레스토랑에 들르는 일 없이 곧바로 랠리 출발지점에 마련된 서비스 파크부터 둘러보는 중이었다.
“아닙니다. 미캐닉에 대한 믿음이었을 거예요.”
“이번에 우승 트로피를 노리던 피터 솔버그가 포지션 추락을 한 것도 결국은 미캐닉 실수라고 봐야겠지요?”
“그 선수…8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재탈환하려다 실패했지요. 타이어 선택을 잘못했으니 그걸 누구 잘못이라고 해야 할까?”
“도일 씨, 우리 팀 미캐닉은 제대로 실력이나 갖춘 사람이에요? 새파랗게 젊은 여자가 무슨 정비를 한다고….”
“그런 말씀 마세요. 랠리카 정비는 기술로만 해결되지 않습니다. 혼을 지니고 있어야 해요. 우리 미캐닉 현성애 씨는 혼을 바쳐서 치타를 튜닝하고, 정비 했어요.”
“뭐라고요? 치타 튜닝도 그 아가씨가 도맡아 했다고요? 맙소사, 단순한 정비도 아니고 튜닝을? 그렇지 않아도 30년이 넘은 똥차라 걱정이 태산인데, 젊은 여자가 튜닝한 게 오죽할까. 온갖 하이테크놀로지로 무장된 다른 머신과 경쟁해야 할 생각을 하면 솜털이 바짝 곤두선다고요.”
“현성애 씨 실력은 내가 잘 압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1974년 산 치타는 현성애 씨의 혼으로 튜닝된 머신입니다.”
권도일은 이렇게 일축했다. 하지만 메인 서비스 파크에 도열해 있는 다른 나라 선수의 머신을 보자 본인 스스로도 기가 죽을 판이었다. 그 머신은 멀리서 실루엣으로만 보아도 대뜸 알아볼 수 있는 명차뿐이었다. 시트로엥 C4, 스바루 뉴 임프레자, 올해 초 주인을 우승 포디움에 올려놓았던 푸조 207 S2000, 스즈키, 사브, 그리고….
“알았어요. 머신을 일찍 옮겨놓았네. 우리 차는 언제 도착하게 될까?”
“사전 답사훈련에 대비해서 일찍 옮겨놓았겠지요. 그래야 여러 차례 답사할 수 있을 테니까. 아마 우리 차는 경주에 임박해서야 도착할 것 같아요. 어쩌면 턱걸이하듯이 사흘 전에 도착할지도 모르지요. 치타를 공항에서 여기까지 싣고 올 화물트럭을 구하기 어렵대요. 세계 각지에서 차량이며 짐들이 몰려드나 봐요. 하긴 랠리 참가 자체를 급하게 서둘러댄 것부터가 잘못이지요.”
몬테카를로 랠리에 출전하는 선수는 본경기가 시작되기 전 3일 동안 반드시 코스를 사전답사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었을까. 일반 로드카를 타고 사전답사를 할 수도 있었지만, 권도일은 문득 조바심이 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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