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1>열망을 품은 도전 (4) 글 채희문 / 그림 유현숙

“그래서 이번엔 드라이버가 쥐뿔도 모르면서 방방 뜨면 아예 요절을 내버리기로 작정했수. 그리 아세요.”

세상에나! 유호성은 억지로 삼키려던 스파게티가 목구멍을 타고 거슬러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자칫하면 콧구멍으로 국수 가락이 밀려 나올까봐 말대꾸도 제대로 하지 못할 형편이었다.

“요절을… 내요?”

“요절을 내야지. 입상하지 못하면 어차피 죽을 목숨!”

“어차피 죽… 죽을 목숨?”

“당신, 제련그룹의 황태자라고 했지? 당신 아버님, 유민 회장님이 말요… 이번에 입상하지 못하면 받은 돈의 두 배를 물어내라면서 계약서에 도장을 꽈당 찍더라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있잖소? 할 수 없이 계약하고 돈을 받아썼는데… 다시 두 배로 토해낼 생각을 하면 눈앞이 캄캄해 진단 말이지.”

“입상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군요.”

“그런데… 계약하고 나서 당신 이력을 살펴보니, 이거 원! 랠리 출전 경력이 한 번도 없는 애송이더란 말요. 그러니 난리 났지.”

“그래도 일본에서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는데요?”

“훈련?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그만 하쇼. 실전경험이 있어야지. 랠리는 인생과도 같거든? 인생살이가 훈련 받는 대로 술술 풀리나?”

그랬구나… 유호성은 그제야 전진후와 코-드라이버로 맺어진 사연을 알아낼 수 있었다. 어쨌든 전진후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번 랠리에 목숨이라도 걸어야 할 판이었다. 그나마 랠리 머신이 420마력에 4,200CC 수퍼차저 엔진을 장착한 재규어 XKR이라는 점에 위안을 얻고 있었다.

“그래도 우리 머신은 청춘의 피를 끓게 한다는 재규어 XKR 아닙니까? 게다가 미캐닉 현성애 씨가 업그레이드를 시켰으니…”

“그래서 아무 걱정 없다고? 그러기에 당신 같은 사람을 애송이라고 하는 게요. 머신의 성능은 어느 팀이나 같아. 최고 수준이지. 다만 그 머신을 어떻게 가지고 노느냐에 달려 있다니까? 오로지 드라이버만을 믿는 거라고.”

IA 규정대로라면 내년 몬테카를로 랠리 출전 차량은 최소 2만 5,000대 이상 생산된 4인승 양산차라면 족했다. 소형차라도 아무 상관없었다. 하지만 튜닝이 문제였다. 겉모습이 바람 먹은 개구리처럼 조그맣다고 해서 얕보았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말이다. 18인치 대형 타이어에 터보엔진, 험난한 지형을 마음대로 타고 넘을 수 있도록 4륜구동으로 바꾸는가 하면, 하다못해 브레이크까지 카본파이어 디스크로 교체하고 나면 그 개구리는 천하무적 괴물로 변신하더라는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황태자 양반! 당신은 이번 랠리에 나서서 국으로 내 말만 들어요. 내가 밟으라고 소리치면 밟고, 내가 돌리라고 하면 돌려. 당신이 만들어 내는 원심력, 구심력에 맞춰서 내 모가지라도 잘랐다 붙였다 할 테니까… 알았소?”

칼만 안 들었다 뿐이지, 협박이었다.

“알았어요. 노력해 볼게요.”

이상으로 헤게모니 쟁탈전은 종료된 셈이었다. 유호성은 드라이버지만 드라이버가 아닌 신세로 전락하고야 말았고, 전진후는 코-드라이버지만 코-드라이버 이상의 진두 지휘권을 획득한 셈이었다. 하지만 웬 일일까. 유호성은 문득 노련한 선배와 한 배를 탔다는 안도감에 젖어들 수 있었다. ‘모가지를 잘랐다 붙였다’ 운운하는 그의 말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원래 노련한 코-드라이버는 제 몸의 체중마저도 분산시켜가며 드라이버의 운전을 도와야 하는 법이다. 머신이 왼쪽으로 돌 때에 자칫 팔 하나의 무게라도 오른 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다. 하물며 그는 무게분산을 위해 모가지라도 자르겠다지 않는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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