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역내 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구체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나선다. 이같은 방안은 3일(이하 현지시간)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재무장관 회담에서 적극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리렌 EU 경제담당 집행위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 등 유럽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세부적인 방안은 아직 논의중이다. 하지만 지난 룩셈부르크 회담에서 유럽 재무장관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를 진화하기 위해 긴박하게 움직여야한다는데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유럽 각국이 유로존 위기에 기민하게 대응하는데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시장을 납득시키기 위한 조치에 들어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FT는 “EU 재무장관들이 실무차원에서 유로존 각국이 함께 재정위기국의 국채를 보유해 부도설에 시달리는 은행들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리렌 집행위원도 F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행의 자본 포지션이 강화돼서 추가적인 안전망을 공급하고 불확실성을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위기를 극복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한 포괄적 전략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독일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필요하다면 은행 자본확충을 위해 2008년에 사용한 지원메커니즘을 부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강하게 반대하던 기존 입장에서 크게 선회한 것. 그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금융시장의 불안이 은행위기로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도 이같은 방침에 힘을 실었다. 그는 “유럽은행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EU재무장관 회담에서 그리스에 대한 1차 구제금융 6차분(80억 유로)은 11월 중순으로 연기하기로 결정됐다.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13일 열릴 예정이었던 유로존 재무장관회의도 취소됐다. 유럽 재무장관들은 그리스 정부가 적자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하지 추가 구제 금융 집행을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벨기에의 레인더스 재무장관은 “유럽중앙은행, 유럽연합, 국제통화기금 등 트로이카 실사단의 최종 보고서를 기다리고 있으며, 그리스 구제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부문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대한 원금손실률도 재조정하기로 결정됐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재무장관회담 의장은 “민간 부문의 역할(손실부담)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50% 손실부담률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 7월 유로존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민간부문의 그리스 국채에 대한 손실부담률은 21%로, 이를 둘러 싸고 독일 등 일부 국가와 유럽계 은행들 사이에 갈등을 빚어왔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