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중단됐던 트로이카(유럽연합ㆍ유럽중앙은행ㆍ국제통화기금)의 그리스에 대한 실사가 19일 재개되면서, 그리스 부채위기가 분수령을 맞게 됐다.
앞서 그리스는 긴축재정 등 분기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트로이카팀은 구제금융 6차분 집행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실사를 중단했다. 이에 그리스 부도설이 급속도로 퍼졌다. 특히 이번 실사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회의가 재정위기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끝난 가운데 재개돼, 그리스의 자구 행보에 높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사결과 따라 디폴트 좌우= 지난 주말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는 이달말로 예정됐던 그리스에 대한 구제금융 6차분 지원분 승인을 다음달 초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트로이카 실사단은 19일 구제금융 1차지원금 6차분(80억유로)를 지급하기 위한 재점검에 들어간다. 유로존 회원국들은 실사단이 내놓은 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유로존·IMF 등이 제공키로 한 구제금융 6차분 집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트로이카 실사단의 보고서는 지난 7월 유로존 정상들이 합의한 그리스에 대한 2차 구제금융 지원을 이행하는 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각국이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이행하자면 의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가지원 여부는 트로이카 실사단의 보고서를 토대로 이달 내 결정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실사에서 그리스 정부가 만족할 만한 자구책을 내놓지 못할 경우,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리스는 지난해 약속받은 1차 구제금융 1100억유로 중 6차분 80억유로를 지원받지 못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처하게 된다.
▶다급한 그리스총리 미국 방문 취소=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는 눈 앞에 닥친 국가부도 위기를 극복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미국 방문 계획을 취소했다.
파판드레우 총리는 당초 18~23일 미국을 방문,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을 연이어 만날 계획이었다.
17일(현지시각) 총리실은 국가부도 위기 극복과 구제금융 승인과 관련해 ‘이번 주가 결정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그리스 재무장관은 “총리의 미국 방문 취소는 어떤 위험이나 특별한 경제적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다”면서 “위기에서 국가를 구하는 데 필요한 정치적ㆍ입법적ㆍ행정적 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총리의 방미 취소가 국가부도 위기가 임박한 것으로 확대해석되는 것을 경계한 것이다.
베니젤로스 장관은 19일 트로이카팀의 수석대표들과 전화회의를 하고 구제금융 6차분 지원 등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회의는 그리스 정부의 긴축 이행 조치와 올해 및 내년 예산 목표 등에 초점을 맞춰 진행될 것 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한편 22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회의도 유로존 재정위기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담에서는 중국ㆍ브라질 등 막대한 외환을 보유하고 있는 신흥국이 유로존의 부실 채권 매입 결정을 내릴 경우 유로존 위기는 새 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권도경 기자/kong@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