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권 신공항·LH이전…

눈앞 이득에 눈먼 지자체

“남의 이익은 절대 안된다”

뒷다리 정치’에 제동 우려

정보유출 등 여론 떠보기

정부는 ‘신뢰의 위기’ 초래

떼법에 국론도 분열위기

검증 없는 포퓰리즘 공약, 실증을 무시한 플레이, 코 앞의 이득에만 눈 먼 군중심리에 대한민국이 휘청거리고 있다.

이젠 뭘 한다 해도 믿을 수 없다는 ‘신뢰의 위기’에다 다른 곳에 이익을 준다면 악착같이 막겠다는 ‘뒷다리 정치’가 판을 칠 태세이다.

지역의 살림살이를 돌봐야 할 도백(道伯)은 단식에 들어갔고, 원하는 바를 이룬 국회의원은 단식을 푼다. 지역유지들은 반정부투쟁의 목청을 높이며 일손을 놓았다. 내가 가지려고 일찍이 농성에 돌입하고, 나중엔 남이 가졌다고 데모하는 ‘속좁은’ 투쟁이 사시사철 이어질지도 모른다. ‘배려 없는 국민성’이 한국인의 참모습으로 비쳐질까 두렵다.

금도를 넘어선 이기주의의 원죄는 기초 실사조차 빠진 헛된 공약과 조령모개식 말 바꾸기에 있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캠프는 “첨단과학과 인적자원이 풍부한 충남 지역에 국제과학기업도시를 건설하겠다.

대덕 R&D 특구에 3000개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세종시 백지화’에 실패한 현 정부는 대전충청 과학벨트의 원점 재검토론을 들고 나왔고 대구,광주 쪽에 선정 기대감을 강하게 심으면서 일은 꼬였다.

동남권 신공항 파문도 정적이 내세운 그럴듯한 청사진을 검증없이 채택한 게 화근이 됐다. 2007년 11월 한나라당 대선캠프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약속이자 영남권의 숙원사업인 동남권 신공항을 공약으로 삼았다. 하지만 사전에 타당성을 조사하는 절차는 별로 없었다. 참여정부의 포퓰리즘을 그토록 비난하던 한나라당 캠프는 그 포퓰리즘을 ‘표퓰리즘’으로 계승한 것이다.

심사위원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정보의 사전유출, 여론 떠보기 관행도 ‘신뢰의 위기’를 초래했다. 원조인 프랑스의 여론풍선 띄워보기(발롱 데세:Ballon D‘essai)는 불합리한 부분의 수정의지가 포함돼 있지만 한국 주요 정책의 사전 플레이(play)는 다분히 ‘충격 완화’에 방점이 놓여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편법 결정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해 덮어버리겠다는 심산인 것이다.

과학벨트 선정일은 16일 오후인데 이틀 전 “대전 낙점”이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면서 ‘실증 없는 정치적 판단’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사전 유출을 막으려고 정밀 검토작업을 15일 오후로 미뤄놨는데 하루 전 ‘결과’가 나와버리자 한 심사위원은 “황당하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전에 안(案)은 없다”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바보가 됐다.

동남권 신공항 때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진주 일괄이전 때에도 그랬다. 떡고물을 받지 못한 지자체의 반발이 뻔하기 때문에 미리 김을 뺀 것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참여정부 때 LH 진주 전주 분산배치 방침이 정해진 터라 전북 쪽 반발이 거세자 국민연금공단을 ‘꿩 대신 닭’이라며 전주에 준다고 했다. 공정ㆍ객관ㆍ실증ㆍ실용은 대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호남권 정치인들은 “수용불가”를 천명하고, 대구ㆍ경북 의원들은 “정치논리”라며 반발하면서 주민들을 자극한다. ‘떼법’이 판치고 국론은 이기주의로 찢기고 있으며, 다른 동네 사람들은 모두 적(敵)이 되는 망국적 상황이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개인성명을 통해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로,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다”면서도 “지자체 책임자들이 과격한 언행을 서슴지 않고 정치인들이 선동적 구호를 마구 쏟아내는 것이 한국 정치사회의 현주소이다. 자제할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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