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인맥 유착은 모두의 관행” 인사적체 해소·후배 위해 외부로

“기재부 1급이면 세번까지 연장” 유관협회 임원 등 10년 더 일해 출신 부처따라 갈등도 심해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인맥의 독과점과 유착은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맞다. 예전에는 이른바 힘센 부처만 그런 줄 알았다. 가령 거시경제 정책과 예산, 지금은 일부가 떨어져 나갔지만 금융을 틀어쥐고 있는 기획재정부 같은 곳이다. 언론은 이들을 ‘모피아’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수출입은행은 기재부 고위 관료가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며 나가는 자리다. 보통 1급(차관보)이 승진해서 가는 자리 또는 차관이 이동하는 곳이었다. 기재부 장관이 행장 후보를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그런데 지난달 있었던 수출입은행장 인사에서 이 ‘원칙’이 깨졌다. 민간 출신인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임명됐다.

이런 식의 ‘낙하산 인사’는 부처의 인사 적체 문제와 연결돼 있다. 다른 부처에 비해 승진이 다소 늦은 기재부는 요즘 1급 이상 고위직의 교체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예전 같이 고위직들이 외부로 자연스럽게 나가줘야 국장급의 승진과 이동이 이뤄지는데, 이 흐름이 꽉 막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재부에서 1급까지 하고 나가면 최대 세 번까지는 거뜬했다. 지금은 퇴직한 기재부 출신 모 인사는 수출입은행장과 은행연합회장을 거쳐 농협금융지주회장까지 지냈다. 50대 초ㆍ중반에 공직에서 물러난다고 치면 60대초까지 현업을 이어갈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요즘은 두번 돌아도 후배들의 심한 눈치를 받는다. 가뜩이나 밖으로 나갈 ‘자리’가 줄어들었는데 한 사람이 몇번 씩 돌고 있으면 승진 못한 후배들은 어떻게 되느냐는 핀잔이다.

공무원은 정년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1급 이상은 정무직이어서 인사권자가 옷을 벗으라고 하면 벗어야 한다. 나이는 대체로 50대 초중반. ‘자리’도 마련해주지 않고 나가라고 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정년과 승진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인사 적체와 연결된 외부 낙하산 배출 구조를 타파하기 어렵다는 게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산하 공공기관 또는 협회를 많이 거느린 부처 공무원은 그나마 ‘해피한 케이스’다. 이른바 ‘산피아’(산업부+마피아)와 ‘국피아’(국토부+마피아)는 정년(60세)을 마치고 역대 연봉을 받으며 공공기관이나 유관 협회 임원으로 일하기도 한다. 기간은 5년에서 10년. 잘만 하면 70세까지도 일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장급 이상 공무원은 공공기관장을 거쳐 자동차ㆍ석유협회 같은 곳의 회장 또는 상근부회장으로 이동한다. 4급 서기관급 이상은 본부장이나 전무를 거쳐 상근부회장 등을 맡는다.

박 대통령이 언급한 소수 인맥의 독과점 역시 거의 모든 부처에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이너서클’(인맥과 학맥 중심의 내부 파벌)이다.

‘KS 라인’(경기고-서울대 출신 인맥)은 학맥의 대표다. 1974년 서울과 부산을 시작으로 고교 평준화가 실시되기 전 전국의 천재들이 모여들었던 경기고와 서울대 경제학과 또는 법대 출신이 관가의 고위직을 휩쓸던 때의 얘기다. 지금은 많이 희석됐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천재들의 선민의식’ 같은 게 아직 남아 있다.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한번 못해본 사람이 없다고 하는 기재부에서는 연세대, 고려대 같은 명문 사립대를 나와도 “학교를 좋은데 못 나와서…”라며 겸손(?)해 한다.

선박 안전검사를 대행하는 한국선급과 안전운항 관리를 책임지고 있는 해운조합의 요직을 꿰차고 앉아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판받고 있는 해양수산부를 보면 수산분야는 부경대(옛 부산수산대), 선박분야는 한국해양대ㆍ목포해양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퇴직 후에도 인ㆍ허가권을 매개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다.

출신 조직간 갈등도 여전하다. 기재부 내 EPB(옛 경제기획원) 인맥과 모피아(옛 재무부+모피아) 인맥간 경쟁관계는 관료 사회에서 유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옛 상공부 인맥과 옛 동력자원부 인맥이 산업정책과 에너지 정책을 양분하고 있다.

신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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