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퇴직관료 산하기관·민간기관行 상임기관장 14곳 중 11곳 정부·청와대 출신 대표적 재취업기관 한국선급·해운조합 봐주기식 관행…엉터리 선박검사 다반사
한정된 인재풀…얽히고설킨 학연·지연 통폐합 과정 거치며 끈끈한 조직 구축
-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14곳 상임기관장 현황 분석 - ‘해피아’는 물론 청와대 경호처 출신 기관장까지 - 사회 감시망 벗어나 ‘그들만의 세계’ 구축
“사실 이번 참사가 터지지 않았다면 해피아(해수부+마피아)의 존재는 드러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해양수산분야가 대중의 관심은 물론 제도적 감시에서도 멀리 떨어져있던 게 사실이다. 해수부 산하기관이나 관련 협회에 정부 관료 출신이 내려오는 것은 이제까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외항선사 관계자)
세월호는 바닷 속으로 가라 앉았지만 오랜 시간 실체를 감추고 있던 ‘해피아’의 존재는 이제야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선박관리, 검사 체계 등 해양안전에 대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나면서 궁극적 원인이 해피아에 있다는 사회적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해수부 출신 퇴직 관료들이 해양 안전이나 운항을 담당하는 산하기관 및 관련 민간기관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면서 정부의 선박에 대한 관리ㆍ감독 기능을 무력화시켰고, 이에 따른 봐주기식 선박 관리 관행이 결국 수백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퇴직 관료는 물론 청와대 경호처 출신까지= 헤럴드경제가 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를 통해 해양수산부 산하 14개 공공기관의 상임기관장 경력을 살펴본 결과 11곳의 기관장이 정부 부처 및 청와대 경호처 출신이었다. 공기업 5곳의 기관장은 모두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출신 관료였다.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은 해수부 공보관, 국토부 해사안전정책관을 거쳤고 김춘선 인천항만공사 사장은 기획예산처 공공정책단장과 국토부 물류항만실장 출신이었다. 선원표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은 해수부 감사관과 국토부 해사안전정책관을,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은 국토부 국립해양조사원장, 해양정책국장 출신이다. 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이사장은 국토부 물류항만실장과 물류정책관을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도 몸담은 바 있다.
준정부기관 3곳(선박안전기술공단,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한국해양수산연구원)중 선박안전기술공단의 경우도 부원찬 이사장이 해수부 감사담당관, 국토부 해양교통시설과장을 거친 관료 출신이었다. 기타공공기관 6곳(한국해양과학기술진흥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어촌어항협회, 항로표지기술협회, ㈜인천항보안공사, ㈜부산항보안공사) 중에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제외한 5곳 모두 농림수산식품부나 해수부, 청와대 경호처 출신 관료가 상임기관장을 맡고 있었다.
▶세월호 ‘허술한’ 선박 검사 원인도 ‘봐주기식 선박관리’ 탓= 민간기관도 예외는 아니다. 세월호 선박 검사를 위임받은 민간기관인 한국선급은 해수부 퇴직 관리들의 대표적인 재취업 기관이었다. 1960년 사단법인으로 출범한 이래 11명의 회장 중 8명이 해수부와 그 전신인 해무청, 항만청 출신이었다. 선박의 안전 운항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해운조합도 역대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대표적인 낙하산 기관인 이들 기관은 본연의 업무에도 충실하지 못했다.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등에 따르면 세월호는 지난 2월 한국선급으로부터 구명뗏목 46개 중 44개가 안전하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사고 당시 정상적으로 펼쳐진 구명뗏목은 단 1개에 불과했다. 검사가 엉터리였다는 증거다.
또 세월호가 출항 전 제출한 점검 보고서에 탑승 인원, 선원 수, 화물 적재량 등을 사실과 다르게 적었지만 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는 이를 제대로확인하지 않았다. 사고 발생 후 실종자 인원이 오락가락 했던 것도 부실한 관리에 따른 당연한 결과였다. 선박 관리가 매뉴얼대로만 이뤄졌더라도 이번 사고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상황을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리 나눠먹기에만 치중하고 관리감독은 뒷전이었던 감독기관은 결국 참사를 키운 주범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1일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서 (관리를) 해왔다는 것이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겠느냐”며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 식의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되어 온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해피아’, 사회 감시망 벗어나 그들만의 세계 구축= 사실 ‘해피아’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기 전까지 사회의 감시망에서 비껴나 있던 존재다. 모피아(재무부+마피아), 산피아(산업통상자원부) 등 다른 ‘관(官)피아’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해양수산분야가 가지는 특성과 연관이 있다. 일단 금융분야처럼 세간의 관심이 쏠리거나 경쟁이 치열한 분야가 아니다. 해양수산분야가 특유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곳이다보니 인재 풀이 한정돼있다. 부산, 경남, 전남 등 특정 지역 출신의 비중이 높다. 또 선박 분야는 해양대, 해양수산분야는 수산대 출신 등이 대부분이다. 해양수산분야에서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지연, 학연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셈이다.
해수부 통폐합의 역사도 원인 중 하나다. 해수부는 1955년 해무청으로 출범했다가 1960년대에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으로 분리됐다.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해운항만청과 수산청을 합쳐 해양수산부가 신설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해양수산부를 없애고 해양 관련 업무는 국토부, 수산 업무는 농식품부에 편입시킨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며 다시 부활했지만 이전 5년 간 다른 부처에서 눈칫밥을 먹어야 했다.
한 외항선사 관계자는 “해양수산부가 우여곡절이 많았다. 통폐합 등으로 여기저기 치이면서 ‘뭉쳐야 산다’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며 “해양수산 쪽이 특정 지역, 학교 출신들이 많은데 이분들이 다른 분야에서는 크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보니 이 바닥에서 살길을 찾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해운중개업에 종사하는 한 중소업체 관계자도 “선박 등록이나 허가를 받으려면 해수부나 산하기관과 접촉할 일이 많다보니 업체에도 해양대 출신 등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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