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사건 여파로 ‘해피아’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다. 검찰은 이번 기회에 해운업계와 공무원의 유착관계를 뿌리뽑겠다며 초고속 광폭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황교안 현 법무부 장관은 법조계의 대표적인 ‘전관예우’ 인물 중 하나다.

황 장관은 부산고검장 퇴임 이후 로펌에서 17개월 동안 있으면서 16억여원의 급여를 받았다. 임명 당시 국회청문회에서도 그는 이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당시 그가 받은 월급은 평균 1억원. 그런 그가 지금 ’해피아‘의 비리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전관예우’란 전직 판사나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한 후 맡은 소송이나 사건에 대해 법원과 검찰에서 유리하게 결론을 내리는 일종의 특혜다. 법조계 선ㆍ후배 사이의 불공정한 ‘카르텔’이라고도 불린다.

이 카르텔은 김영삼 정부 때 만들어진 사법제도발전위원회, DJ 정부 시절 사법개혁추진위원회, 노무현 정부때 사법개혁추진위원회를 거치면서도 깨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011년 5월 ‘전관예우금지법’이란 게 만들어졌다. 이 법은 판ㆍ검사로 재직했던 변호사가 마지막으로 근무한 법원 및 검찰청 관할 사건을 1년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관들은 이를 무시하고 있다.

같은 해 개봉된 영화 ‘도가니’는 우리 사회의 병폐적인 전관예우 문화를 지적했다. 영화에서 ‘아동 성폭행’을 한 교장이 법정에 서게 된다. 하지만 그는 명백한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무죄로 판명된다. 그 이유는 오랜 공직 생활을 마치고 막 퇴직한 변호사를 고용했기 때문이다.

전관예우는 돈과 권력의 유착이다. 전관의 영향력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봐주기 수사‘로 나타난다. 결국 공정한 재판을 받을 기회를 날려 버리는 것이다.

대형 로펌들은 법관 인사철만 되면 1억원 내외의 월급을 줘가며 전관들을 경쟁적으로 영입한다.

전관이 보유하고 있는 막강한 정ㆍ관계 네트워크 때문이다.

황 장관의 경우에서 보듯이 전관들은 억대의 월급을 받는다. 그러나 전관들이 직접 법정에서 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로펌 사무실에 나오는 경우 역시 드물다. 말 그대로 ‘얼굴 마담’인 셈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퇴임한 판사 61명 중 32명이 20대 대형 로펌에 들어갔다. 검찰은 64명의 검사가 퇴직해 30명이 로펌을 선택했다. 가장 많이 취업한 로펌은 김앤장법률사무소(6명)였고 법무법인 태평양(4명), 화우(3명), 동인ㆍ광장(각 2명) 순이었다.

재판을 할 때 전관 변호사를 쓰느냐 마느냐에 따라 구속이나 집행유예 여부가 좌우된다는 속설도 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선진국에서 판ㆍ검사는 거의 정년때까지 현직을 고수한다. 독일과 영국은 판사가 담당업무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 법으로 제한돼 있다. 미국은 민ㆍ형사 재판에 배심원들이 참여하는 구조여서 판사가 전관 변호사에게 혜택을 주기도 쉽지 않다. 일본은 판ㆍ검사는 거의 정년퇴직때까지 현직을 고수한다. 국회의원으로 나가는 것은 매우 드물다.

지방에서 개업한 한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판ㆍ검사에서 퇴직한 후 대형 로펌에 잠시 머물다가 정치인이나 관료로 변신하는 이력은 해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 법조인들의 독특한 자화상”이라고 말했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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