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 탄핵 이슈로 격랑

산업 경쟁력 강화 위한 주요 법안 처리 물거품

투자세액공제 특례 이달 종료…연장 법안 시급

R&D 인력 주 52시간 제외·전력망법 논의 요원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를 수출 버팀목과 국가 안보 자산으로 보고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탄핵정국에 K-반도체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6월 대통령실 청사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를 수출 버팀목과 국가 안보 자산으로 보고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지만, 탄핵정국에 K-반도체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2022년 6월 대통령실 청사에서 반도체 포토마스크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올해 일몰되는 세액공제를 연장해 기업이 R&D와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지난 5월 경제이슈점검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초유의 비상계엄 사태 직후 국회 운영이 대통령 탄핵안을 중심으로 급전환하면서 경제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밀려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경제계가 조속한 입법을 요구해왔던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처리가 요원해졌다. 보조금 논의는 커녕 당장 이달 사라지는 투자세액공제 연장도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급기야 기업들과 손발을 맞춰야 할 정책 수장들 공백 우려까지 발생했다. 윤석열 정부가 야심차게 내세운 반도체 초대강국 목표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5일 반도체 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반도체 기업들의 시설투자비와 연구개발(R&D) 비용 중 일부를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해주는 투자세액공제 특례가 이달 31일자로 종료를 앞두고 있다.

당초 정부가 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2027년까지 3년씩 연장하기로 한 가운데 의원들도 4년·5년·6년·10년 연장하는 법안을 각각 발의한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경북 구미시 SK실트론을 방문해 전시된 실리콘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경북 구미시 SK실트론을 방문해 전시된 실리콘 웨이퍼를 살펴보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앞서 대한상공회의소도 경쟁국에 비해 세제지원 기한이 짧다며 투자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2030년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불황에도 미래 투자에 적극 나섰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들도 조속한 법안 처리로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여야가 5년 연장으로 가닥을 잡는 듯 했지만 본회의에는 여야 합의안 대신 정부안과 의원 발의안이 각각 본회의에 올라간 상태다. 내년 예산안을 둘러싸고 갈등이 심화하면서 상황이 꼬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국회가 탄핵 정국에 돌입하면서 해당 법안의 표류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법안이 있었지만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잠든 채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된 바 있다. 내년 사업 구상을 끝내야 하는 기업들은 이달 말 사라지는 투자세액공제 연장을 고대하며 그저 국회 동향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세액공제를 연장해 기업들이 R&D와 설비투자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국회에는 세액공제뿐만 아니라 직접 보조금을 명시한 법안도 제출돼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1일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 포함된 ‘반도체특별법’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세계 주요국들이 대규모 보조금을 앞세워 자국 반도체 기업 지원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도 보조금 이슈가 본격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계엄 후폭풍으로 인해 당분간 관련 논의조차 쉽지 않게 됐다.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감도. [SK하이닉스 제공]

반도체특별법에는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을 주 52시간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선점을 위한 연구개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직의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를 포함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특별법은 여야에서 총 8개가 발의됐지만 모두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경제계는 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기금을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강화기금 법안’ 논의가 막힌 것을 두고도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조지연 국민의힘 의원이 올 6월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현행 투자세액공제만으로는 첨단산업 지원이 부족한 실정을 반영해 별도의 재원확보 방안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소관 상임위에 계류된 채 진전이 없어 해를 넘기게 됐다.

최상목(뒷줄 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ㆍ용수 협약식 및 관계기관ㆍ공공기관 간담회’에서 용인 일반산단 전력공급 사업 협약 체결식을 마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
최상목(뒷줄 왼쪽 두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7일 경기도 성남시 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서 열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ㆍ용수 협약식 및 관계기관ㆍ공공기관 간담회’에서 용인 일반산단 전력공급 사업 협약 체결식을 마친 참석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622조원을 투입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역시 반도체 업계의 숙원으로 꼽힌다. 전력망 구축이 늦어질 경우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할 수 있는 만큼 적기에 전력망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제출된 법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약 10GW의 전력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재 수도권 전력 수요의 약 24% 수준이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9개의 전력망 특별법은 지난달 26일 산자위 소위에 상정됐지만 대통령 탄핵 이슈로 국회가 격랑에 빠지면 공전할 수 있어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