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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콜릿부터 롤러블까지” 영욕의 LG폰 ‘눈물의 퇴장’ [IT선빵!]
1995년 화통 브랜드로 휴대폰 사업 시작
브랜드명 싸이언 변경 후 초콜릿폰으로 텐밀리언셀러 반열
피처폰 영광에 스마트폰 늑장 진입…2015년 적자행진 시작
물방울·LG윙 연패에 세계 최초 롤러블폰 상용화 꿈도 무산
LG전자는 2005년 출시한 초콜릿폰을 전 세계 2000만대 이상 판매하는 등, 2000년대 중반 이후 피처폰으로 휴대폰 사업의 전성기를 열었다. 이어 2012년 옵티머스G 모델을 시작으로 시리즈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내놨고, 2015년에는 V10 출시와 함께 투트랙 전략을 짰다. G, V시리즈는 지난 2020년 각각 G8, V60 시리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고, 최근에는 스위블(회전)폰 LG윙과 CES를 통해 선보인 롤러블 등 폼팩터에서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26년간 이어진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이 결국 마침표를 찍었다. LG전자는 5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7월 31일자로 휴대폰 사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LG전자 측은 “최근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에서는 양강체제가 굳어지고 주요 경쟁사들이 보급형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가격 경쟁은 더욱 심화됐다. 대응 미흡으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스마트폰 사업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피처폰 시절, 미국 CDMA(이동통신교환기) 시장 점유율 1위, 2010년 3분기엔 분기 판매량 기준 전 세계 휴대폰 시장 3위에 올랐던 과거의 영광을 끝내 재현하지 못한 아쉬운 퇴장이었다. 세계 최초 롤러블(마는) 스마트폰 상용화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화통’으로 시작…‘초콜릿폰’으로 이어진 LG폰 황금시대

LG전자 휴대폰 사업의 시작은 지난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MC사업본부의 전신인 LG정보통신이 1995년 2월 세계 최초로 ‘화통(話通)’이라는 이름으로 CDMA를 개발해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후 브랜드명을 일시적으로 ‘프리웨이’로 바꿨다가 1998년 5월 국내 최초로 폴더형 디지털 휴대폰을 출시하며 ‘싸이언’ 브랜드의 시대를 열었다. LG전자 휴대폰 신화의 시작이었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2000년 LG정보통신과 LG전자가 합병한 뒤 본격화됐다. 이전까지 싸이언의 영어 스펠링은 ‘귀족의 자제’라는 뜻의 ‘CION’이었지만, 이때 영어 스펠링도 ‘CYber ON’이라고 변경했다.

초콜릿폰 [LG전자 제공]

LG 싸이언 브랜드의 이름을 세계 시장에 알린 대표주자가 바로 초콜릿폰(모델명 LG-SV590, LG-KV59 00, LG-LP5900)이다. 2005년 11월 국내 시장에 첫 선을 보인지 1년 반만인 2006년 4월 1000만대 판매를 돌파하며 LG전자 폰으로선 처음으로 ‘텐밀리언셀러폰’ 반열에 올랐다. 2006년 한 해동안 판매된 LG전자 휴대폰 전체 판매량 2650만 가운데 27%인 650만대가 초콜릿폰일 정도였다. 이후 최종적으로 전 세계에 2000만대 이상 팔렸다. 초콜릿폰 이전에 전 세계적으로 1000만대 이상 판매된 피처폰은 삼성전자 ‘이건희폰’, ‘벤츠폰’, ‘블루블랙폰’, 단 3종에 뿐이었다.

프라다폰 [LG전자 제공]

초콜릿폰을 시작으로 이듬해(2008년)엔 샤인폰이 텐밀리언셀러폰에 이름을 올렸고, LG KP100(3000만대), LG KG270(1500만대) 등이 차례로 누적 판매 1000만의 실적을 올렸다. 잇딴 히트작 출시로 ‘휴대폰 명가’ 이미지를 굳혔다. 휴대폰 판매량도 연산 1억대를 넘어서며 글로벌 제조사로 발돋움했다. 모토로라를 제치고 노키아,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3위 휴대폰 제조사가 됐다.

화려했던 영광이 ‘독’…스마트폰 ‘늑장 진입’에 내리막길 시작

2005년 초콜릿폰·샤인폰·프라다폰 등으로 이어진 피처폰의 영광은 LG전자에 외려 독이 됐다. 2009년 애플의 아이폰이 전 세계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삼성전자가 갤럭시S 시리즈를 내놓는 등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하는 동안 LG전자는 여전히 피처폰에 무게 중심을 유지했다.

LG전자는 2009년 6월 윈도우 OS를 탑재한 아레나폰을 야심 차게 출시했지만 시장 반응은 좋지 않았다. 아레나폰의 부진을 털기 위해 같은 해 9월 초콜릿폰의 명성에 기댄 뉴초콜릿폰도 선보였지만 시장은 냉정했다. 결국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를 팬택에 내주고 난 후, 2012년에 이르러서야 ‘옵티머스 G’ 라는 브랜드로 G 시리즈의 서막을 열었다.

G5 [LG전자 제공]

G 시리즈는 공격적인 투자에 힘입어 초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2014년 출시된 ‘G3’는 LG스마트폰 최초로 누적 판매량 약 1000만대를 판매하며 최대 실적을 올렸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그해 3161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5년 LG전자의 적자 행진 신호탄이 터졌다. 천연 가죽 디자인의 ‘G4’와 함께 선보인 V시리즈가 첫 제품부터 기기 결함 논란에 휘말린 것이다. ‘V10’는 전원이 스스로 꺼지고 켜지고를 반복하는 ‘무한부팅’ 논란이 일어, 무상 수리라는 전력을 남겼다.

급기야 G4의 후속작이자, 세계 최초 모듈형 스마트폰 ‘G5’도 모듈 사이 틈이 벌어지는 유격현상이란 결함이 발생했다. 또 다른 플래그십 브랜드 V 시리즈의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시장 주도권도 삼성전자, 애플 등 타 경쟁사들에게 빼앗겼다.

LG벨벳 [LG전자 제공]
‘G·V’ 버린 LG폰…제 2의 도약 꿈꿨지만 ‘찻잔 속 태풍’으로 끝

LG전자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플래그십 브랜드인 G·V시리즈를 폐지하고 ‘매스 프리미엄’이란 새로운 포지셔닝의 스마트폰 ‘LG벨벳’을 선보였다.

지금까지 없던 ‘물방울 카메라’, ‘3D 아크 디자인’ 등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앞세우며 과거 ‘초콜릿폰’의 영광을 재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판매량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 출시된 애플의 중저가 스마트폰 ‘아이폰SE 2세대’, 삼성전자 A시리즈 등에 밀려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는 다시 한 번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019년 취임한 이연모 MC사업본부장이 새로운 혁신 전략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를 발표하며 첫 작품으로 스위블(회전하는)폰 ‘LG윙’을 선보인 것이다.

LG윙 [LG전자 제공]

‘익스플로러 프로젝트’는 남들과는 다른 길을 가겠다는 LG전자의 실험적 의지로, 스마트폰의 진화된 사용성에 무게를 두고, 성장 가능성 있는 영역을 발굴해 나가겠다는 새로운 전략이었다.

‘LG윙’은 화면 2개를 돌리는 방식의 새로운 폼팩터(기기 형태)에 소비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역시 시장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LG윙’의 국내 누적 판매량은 10만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LG전자는 익스플로러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세계 최초 롤러블(마는) 폰 ‘LG 롤러블’ 상용화로 제 2의 도약을 준비하는 듯 보였으나, 몇 년간 이어진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5일 휴대폰 사업을 완전히 접고 말았다.

MC사업본부는 2015년 2분기부터 적자를 기록한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누적 손실 규모는 5조원에 달한다. 스마트폰 판매량도 2015년 5970만대를 정점으로 하락세다. 2019년 연간 3000만대가 깨졌다. 시장조사기관 SA(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G전자 스마트폰 판매량 순위는 9위, 점유율은 2.2%에 그쳤다.

LG롤러블 [LG전자 제공]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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