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노트북 침해 가능성…개인키 유출 증거 없어”
피해액 약 63억달러 집계…30억달러 규모 동결
국내 원화 거래소, 바이낸스 대상 출금 주의보
[헤럴드경제=경예은 기자]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약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해킹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북한 해킹 조직이 배후라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낸스는 이번 사고가 직원의 노트북이 해킹당하면서 시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30일 바이낸스는 공식 공지를 통해 “초기 조사 결과 이번 사고는 데브옵스(DevOps)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침해되면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공격자가 이를 통해 서비스 컨테이너에 접근해 승인되지 않은 출금 거래를 실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까지 지갑 개인키가 유출됐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데브옵스는 소프트웨어 개발(Development)과 운영(Operations)을 결합한 개념으로 시스템 개발부터 배포 및 운영까지 관리하는 업무를 뜻한다. 데브옵스 엔지니어들은 거래소의 출금 지갑 운영에 필요한 각종 서비스에 접근할 권한을 가진다. 이번 사고에서는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의 노트북이 해킹되면서 공격자가 내부 서비스에 접근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이용해 무단 출금까지 실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바이낸스가 자체 추산한 피해 규모는 약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다. 현재까지 약 30억달러의 자산을 동결했으며 이용자 보호기금인 SAFU(Secure Asset Fund for Users)와 회사 자체 자금으로 손실을 전액 보전할 방침이다. 바이낸스는 “출금 서비스 보안 강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중단된 출금은 48시간 이내 재개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이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해킹 사고의 배후에 북한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같은 날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랩스는 보고서를 통해 “29일(현지시간) 공격자가 10개 블록체인에 걸쳐 바이낸스 지갑에서 약 63억6000만달러의 자산을 빼돌렸다”며 “이번 공격의 배후를 북한의 정예 해킹 조직인 트레이더트레이터(TraderTraitor)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TRM랩스는 공격자가 사전에 거래 서명을 확보한 뒤 짧은 시간에 자금을 빼돌린 점과 자금 출처를 숨기는 토네이도캐시를 활용한 점 등이 과거 북한 연계 해킹 사건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2월 약 15억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한 바이비트 해킹 사건의 배후로도 지목된 바 있다.
또한 보고서는 이더리움의 계정 권한 위임 기능인 EIP-7702가 이번 공격에 악용됐다고 분석했다. EIP-7702는 일반 지갑이 스마트컨트랙트에 특정 기능을 위임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공격자는 이를 이용해 바이낸스 핫월렛에 자금을 빼돌리는 악성 스마트컨트랙트를 연결한 뒤 해당 지갑에 새로 유입되는 자산까지 반복적으로 탈취했다는 것이다.
국내 거래소들도 이날 바이낸스로 디지털자산을 출금할 때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업비트는 “바이낸스에서 보안 사고 및 일부 디지털자산의 탈취 정황이 확인됐다”며 “관련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 바이낸스로의 출금을 제한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빗썸 역시 “바이낸스에서 보안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됐다”며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필요시 바이낸스로의 출금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kyoung@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