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전문가에 한시적 교원자격 부여 검토
고교 선택과목 확대…단독 수업·평가권도 논의
교사들 “전문 지식과 학생 지도·평가는 별개”
교원 확충·현직 교사 연수 등 대안 마련 요구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가 외부 전문가에게 한시적으로 교원 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고교학점제에 따른 선택과목 확대와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교육 수요가 커지면서 외부 전문가 풀(Pool)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다. 교사들은 이런 상황이 불편하다. 전문 지식만 갖고 학생 지도와 평가까지 맡길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30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교위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교사 자격증이 없는 외부 전문가에게 일정 기간 교원 자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14일 워크숍에서는 계약 기간 중 교사 배석 없이 수업하고 학생을 평가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논의는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선택과목이 늘었지만 이를 가르칠 교사가 부족하다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인공지능(AI)·예술·직업교육 등 산업 현장의 전문가를 활용해 학교가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의 수업을 제공하자는 것이다.
수업 넘어 평가권까지…교사들 “전문 지식만으로 부족”
교사들은 외부 전문가의 수업 참여와 교원 자격 부여는 다른 문제라고 지적한다. 정재석 전북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원 자격은 교육과정 설계·평가·학생 발달 이해·생활지도·진로 상담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를 검증한 최소한의 전문성 기준”이라며 “특정 분야에 밝다는 것만으로 이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대입과 직결되는 학생 평가에 따르는 책임도 쟁점이다. 서울 고등학교 교사 A씨는 “고교 내신이 대입과 연결되는 만큼 출제 오류와 성적 이의신청, 학부모 민원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계약이 끝난 뒤에도 평가 관련 문제가 남을 수 있는데 외부 전문가와 학교가 각각 어디까지 책임질지 먼저 정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교사들은 교직 개방이 초등학교로 확대되면 생기는 문제점도 언급하면서 교원 확충과 수업 부담 완화가 먼저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외부 인력이 과목별 수업을 맡으면 담임교사가 학생의 학습과 생활을 함께 살피는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초등교사 B씨는 “수업 부담이 커 외부강사의 도움을 찾게 된다며 전담교사를 늘려야 한다”며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과 순회교사를 확대하고 현직 교사 연수로 담당할 수 있는 과목을 늘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부 전문성은 산학겸임교사나 협력수업 등 기존 제도로 활용하자는 입장이다.
교사노조 “교원 확충 먼저”…국교위, 연내 시안 발표
교사노동조합연맹도 성명을 내고 교직 개방 논의에 반대했다. 교사노조는 “예술·직업교육 분야의 경력과 실적만으로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할 전문성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며 “기술 변화로 특정 과목의 수요가 줄었을 때 외부 전문가의 배치와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지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수연 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원 자격은 학생의 성장을 책임질 전문성을 국가가 보증하는 기준이지, 필요한 인력을 쉽게 구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라며 “국교위는 양성과 검증을 우회할 길이 아니라 필요한 교원을 제대로 길러내고 지원할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직 개방 논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1년에도 박찬대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교학점제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기간제 교사로 임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당시 교원단체는 교육 전문성과 임용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한 바 있다.
앞서 국교위는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 발표를 당초 이달 말에서 연내로 미뤘다. 대입 개편 등 주요 쟁점에 대한 추가 논의와 관계기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최종 계획은 내년 3월 말까지 수립할 예정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인 박영환 국교위 위원은 “충분한 숙의와 의견수렴, 공론화가 필요한 사안이 많이 남아 있다”며 “학교 현장과 국민이 바라는 것은 조속한 발표가 아니라 완성도 있는 시안”이라고 했다.
국교위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국가교육발전 계획 속에 여러 쟁점이 있는 상황”이라면서 “여러 쟁점을 꼼꼼히 검토하고 공론화를 진행한 뒤에 발표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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