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영화 ‘암살자(들)’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작품을 둘러싼 오해에 대해 해명했다.
허 감독은 28일 유튜브 채널 ‘매불쇼’에 출연해 작품에 대해 제기됐던 오해들을 언급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행사에서 영부인 육영수 여사가 사망한 사건을 영화화했다. 조총련과 북한의 사주로 재일동포 문세광이 단독 범행했다는 것이 우리 수사 기관의 결론이지만, 육 여사를 살해한 흉탄이 사라지는 등 미진한 수사로 인해 여러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기도 하다. 특히 2005년 일본 정부의 문서가 공개되면서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등 방송은 물론이고 보수 성향 매체까지 대부분의 매체가 의혹을 다룬 바 있다. 영화는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없으며 당시 제기된 의혹들을 따르는 수준으로 사건을 풀어나가며, 끝내 배후를 찾지 못하고 끝을 맺는다.
하지만 보수 진영에서 이 영화가 ‘박정희 배후설’을 그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역사 왜곡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주연 배우 유해진의 자택까지 찾아가 시위를 하는가 하면, 국민의힘 소속 109명의 전 의원이 싱가포르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에게 “‘암살자(들)’의 개막작 선정을 철회해달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개봉 전 일반인은 물론 기자 시사회에서도 아무 지적 없었던 영화가 갑자기 논란에 휘말려 당황했다는 허 감독은 “국민의힘 109명의 의원이 영화를 보고 판단을 했나. 거의 안 봤을 것 같은데 영화를 보지 않고 판단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영화에 대해 팩트체크도 안 하고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이 만든 사람으로서 너무나도 화가 난다”라고 했다.
그가 말한 ‘팩트체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영화를 비판하며 언급한 주장들에 대한 것이다.
가령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200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방북했을 당시 김정일과 나눴던 대화를 언급하며 “김정일은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려는 과정에서 육영수 여사가 희생된 사건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며 “북한 소행임을 자백한 것”이라고 적었다.
이 같은 주장은 사실인 것처럼 퍼졌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에 따르면, 김정일이 사과했던 것은 육 여사 사건이 아니라, ‘1968년 김신조 사건’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허 감독은 ‘영화에 중국 자본이 들어왔다’는 주장도 지적했다. 주진우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중국 국유기업 중신그룹의 계열사인 씨엘에스에이 캐피탈이 하이브미디어코프에 4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보도가 있었다”고 과거 보도를 소환하며 “그만큼 중국 자본과 직결돼 있다는 것이며, 투자를 빙자해 중국에서 배후 조종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하이브미디어코프에 따르면, 중국 자본 유입은 전혀 사실이 아닌 주장이다.
허 감독은 또 “심지어 ‘북한 영화를 베꼈다’는 주장까지. 이건 말도 하기 싫다”라고 했다. ‘암살자(들)’이 북한 선전 영화 ‘민족과 운명’과 똑같다는 주장은 탈북자 유튜버 한송이가 한 주장이며, 국회의원과 언론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됐다. ‘민족과 운명’은 육 여사 피살 사건에 대해, 박정희 전 대통령이 독재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자기 아내를 희생시킨 자작극으로 왜곡해 그리고 있다.
그러나 ‘암살자(들)’은 ‘민족과 운명’처럼 ‘박정희 배후설’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것이 허 감독의 반박이다. 영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은 피격 장면 등에서 1분 남짓한 시간 등장할 뿐, 배후를 추적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의혹의 주된 대상으로 등장하는 것은 중앙정보부다. 일각에서는 ‘중앙정보부를 움직이는 윗선이 박정희 대통령이므로 박정희 배후설을 암시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허 감독은 중앙정보부와 박 대통령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한다. 박 대통령을 암살한 김재규가 중앙정보부장이며, ‘김대중 납치 사건’을 중정이 대통령 허락없이 기획해 박 대통령이 화를 내는 장면도 영화에 넣었다는 것이다. 즉 중정과 박 대통령이 별개의 이해관계를 갖고 움직인다는 것이다.
또 중정 역시 하나의 통일된 의지를 가진 단일 집단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중 납치 사건’의 경우 중정 8국(해외공장국)이 벌인 일이며, 당시 6국(국내 수사)은 “우리가 저지른 짓이 아니니 발을 빼고 뒷수습 준비나 하자”고 할 만큼 중정 내부에서도 여러 이해관계를 가진 조직으로 나뉘어 있었다는 것이다.
허 감독은 “영화를 만들 때 배후로 누군가를 결론지어 두지 않았다. 박 대통령이 총격으로 자신도 위험에 빠질 수 있는데 그런 일을 기획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중정도 문세광에게 비표(행사장 출입증)도 주지 않고 기획한다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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